'화성행행도팔첩병(華城行幸圖八疊屛)'은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화성 현륭원(顯陵園)에 행차했을 때 행사를 그린 여덟 폭의 병풍이다.
'화성능행도병(華城陵行圖屛)' 또는 '수원능행도병(水原陵行圖屛)'으로 불린다.
'능행'은 조선 임금이 선대 왕이나 왕비의 능에 제사를 지내거나 참배하기 위해 행차한 일을 뜻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그 실체를 규명하려고 지난해 진행한 심화 연구의 결과를 보고서로 펴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조선 왕들은 17세기부터 종묘보다 왕릉을 더 많이 찾았다.
대부분 부친의 왕릉을 먼저 방문했다.
친제(親祭·임금이 지내는 제사), 작헌(酌獻·술잔을 올리는 일), 전알(展謁·능에서 올리는 절), 사릉(辭陵·돌아간다고 알리는 일), 봉심(奉審·왕릉을 보살피고 점검하는 일) 등으로 정치적 정통성을 강조했다.
능행은 통치자로서 대민 친밀성을 강조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도성 밖으로 행차하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서 백성을 만나 농사의 작황과 고충을 물으며 민심을 살폈다.
때로는 사냥, 진법(陣法) 훈련 등 군사 활동을 수행했다.
역대 조선 왕들이 능행한 횟수는 총 211회에 달한다.
효종이 연 2회 능행을 하는 원칙을 세우면서 빈도가 잦아졌다.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동구릉으로, 89회였다.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왕릉의 실질적 운영방식과 역대 왕들의 행행(行幸·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하던 일) 기록, 조선 시대 전 기간의 능행 추이 등이 담겼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조선왕릉 길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하거나 왕릉군 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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