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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CEO가 머스크에게 전화했다가 욕설하며 끊은 이유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3-03-19 06:00:00
테슬라 창업자는 전자책 전신인 ‘로켓 이북’ 만든 에버하드
머스크, 투자자로 참여해 전재산 쏟아부으며 전기차에 몰두
LG화학이 배터리팩 반환 요구할 정도로 작은 스타트업 불과
자금난에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에게 인수 제안하기도
애플 CEO가 테슬라 인수 제안하자 머스크 “애플 CEO 하겠다”


“휘발유는 이제 망했어!”

테슬라가 수차례 파산 위기를 모면한 끝에 주식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날, 일론 머스크는 샴페인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경쟁사들 뿐 아니라 테슬라가 곧 망할 것이라며 끈질기게 괴롭혀온 공매도 세력, 테슬라를 환경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의 장난감 정도로 평가했던 월스트리트를 향한 외침이었다.

2003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테슬라가 10여년만에 100년 역사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최초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누가 짐작했을까. 신간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는 수차례 파산 위기를 맞고 돌파구는 찾기를 반복해 온 테슬라의 성공 신화를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월스트리트 기자인 저자가 테슬라와 관련 있는 수 백명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종합, 숨겨진 비화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테슬라를 만든 사람들

테슬라모터스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은 머스크가 아니라 마틴 에버하드였다.
독서와 여행이 취미였던 그는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 힘들어 친구 마크 타페닝과 함께 아마존 킨들을 포함한 전자책의 전신이 된 ‘로켓 이북(Rocket eBook)’을 만들었다.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 1억8700만 달러에 회사 매각했으나 외부 투자자 의존도가 높아 돈을 많이 남기지 못했고, 그 즈음 이혼까지 했다.
앞날을 고민하며 기분전환차 빠르고 멋진 스포츠카를 사고 싶던 그는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EV1을 시승해보고 배터리가 부피고 크고 비싸다는 점을 고민, 전자책 사업을 하며 친숙해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GM이 전기차를 접기로 했을 때 테슬라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즈음 스탠퍼드대학의 솔라카(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자동차) 연구팀 출신 J.B 스트로벨도 리튬이론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로 미국을 횡단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각자 투자자가 필요했던 두 사람은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팔아 거부가 된 머스크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당시 이미 스페이스X와 솔라시티를 운영하고 있던 머스크는 에버하드가 만든 테슬라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회장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당시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터였다.

일례로 테슬라가 경주용차를 개조하기 위해 LG화학에서 배터리팩 7000개를 확보했는데,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LG화학 측이 베터리셀 반환을 요청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불과한 회사가 LG화학의 배터리를 차 한대에 잔뜩 장착했다가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LG화학 배터리셀의 안전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기차가 환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최대 숙제였다.

테슬라를 만든 사람들

머스크는 취미 삼아 시작한 테슬라에 점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엔지니어들만 모인 조직이어서 재무상태에는 깜깜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은 머스크는 창업자나 다름 없는 에버허드를 비롯해 CEO를 세명이나 내쫓은 끝에 스스로 네번째 CEO가 됐다.

머스크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게 업무를 처리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실제로 수 없이 쫓아냈다.
엔니지어링 총책임자 피터 롤린슨조차 모델S 생산 돌입을 앞두고 머스크의 집요한 요구와 질책에 지쳐 떠났다.
머스크에게 금기어가 있었는데 바로 ‘안 된다’는 말이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임원회의에서 이번 주는 누가 머스크에게 잡아먹힐까가 모두의 관심사였다고 한다.

머스크는 디자인의 세세한 부분까지 참견했는데 특히 모델X에 자신의 취향을 구석구석 반영하려 했다.
그는 상체가 길어서 보통 사람보다 앉은 키가 컸는데 자신에게 맞춰 선바이저를 설치하라고 종용했다.
심지어 외부 충전 포트도 디자인팀은 미국 운전자들이 대부분 전방주차에 익숙해 직관적으로 차량 앞쪽에 배치하려했지만 머스크는 자기 집에 있는 충전기는 차량 후면과 가깝다며 뒤쪽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생산을 불과 몇 주 앞두고 타이어가 더 커야 멋지다며 교체하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최고의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 시장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들라고 압박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항상 무리한 목표를 세워 외부에 공표해버린 후 직원들이 불가능해보이는 기술과, 생산 일정, 매출 목표를 맞춰야 했다는 점이다.
강도 높은 업무와 과로 때문에 회사를 떠나거나 이혼하고 가정불화를 겪는 직원들이 많았다.
주당 17달러에 상장한 테슬라 주가가 25달러였을 때다.
그 때 머스크는 직원들을 이렇게 다독였다.

“그동안 제가 여러분 모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는 걸 잘 압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지금처럼 잘 버텨주면 회사 주가는 200달러, 2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신혼여행 중에 페이팔 이사회로부터 그의 경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CEO자격을 박탈당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곧 회사가 이베이에 매각돼 머스크는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스스로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아픔을 잊을 수 없었다.
그 경험 때문인지 머스크는 테슬라에 대한 장악력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2015년 방한한 J B 스트로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12회 서울디지털포럼(SDF)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2019년 그가 떠나면서 테슬라엔 공동창업자 중 머스크만 남게 됐다.
연합뉴스
자동차가 그 이상을 꿈꾸다

머스크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제너럴모터스나 포드를 떠올리지 말고, 애플이나 구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자동차계의 애플을 꿈꿨고, 애플 출신 경력자를 적극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갭(Gap)에서 스티브 잡스의 러브콜을 받아 애플 매장망을 구축하고 지니어스 바를 만든 조지 블랑켄십을 영입했다.
그리고 테슬라 매장을 다른 자동차 업체 대리점과 달리 애플 스토어처럼 디자인과 혁신을 경험하게 하는 갤러리 스타일로 운영했다.
(미국은 제조업체가 직접 자동차를 판매할수 없고 대리점을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하는데 머스크는 자동차대리점협회와 싸워가며 법을 우회하고 나아가 법을 바꾸는 시도까지 한다.
)

애플이 공식명칭에서 ‘컴퓨터’를 뺀 것처럼 머스크는 테슬라모터스에서 ‘모터스’를 삭제했다.
자동차 업체에 머물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장 후에도 테슬라는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머스크는 친구인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에게 조용히 연락해 테슬라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팀 쿡이 머스크에게 테슬라 인수를 제안한 적도 있다.
머스크는 솔깃했지만, 자신이 애플의 CEO를 맡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쿡은 욕설을 내뱉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을 기겁하게 할 정도로 무모한 야망과 고집불통 성격은 불가능해보였던 꿈을 실현하고야 마는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수 차례 파산 위기를 겪으면서도 테슬라는 로스트터부터 모델S, 모델X, 모델3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우뚝 섰다.
다만 저자는 머스크의 자만심과 집착, 옹졸함은 지금껏 테슬라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단번에 무너뜨릴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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