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밖은 겨울’
영화 ‘창밖은 겨울’(사진)은 잃어버린 것과 내다 버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더는 곁에 없는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소재는 버스터미널 한쪽에 놓인 이름 없는 물건들. 잃어버린 것이든, 버린 것이든 먼지가 하얗게 내려앉도록 홀로 남겨진 물건들은 모두 잊힌 존재가 됐다.
영화는 ‘유기’와 ‘유실’ 그 사이를 헤매는 청춘 모습을 그린다.
미련과 후회를 맨몸으로 부딪친 후에야 끝맺을 결단과 용기를 마주하게 된다.
서울에서 영화를 만들던 석우(곽민규)는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다.
방에는 차마 치우지 못한 필름과 DVD가 가득하고, “이제는 아침 교통방송 듣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전 여자친구 마지막 말처럼 규칙적으로 출근해 버스를 몬다.
삶의 공간이 바뀌어도, 석우는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한다.
과거에 머물지도, 그렇다고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한 석우는 어느 날 버스터미널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본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고장 난 MP3가 덩그러니 남겨졌다.
석우는 누군가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분실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실물 관리를 담당하는 영애(한선화)는 “사람들은 보통 버리고 싶은 것을 잃어버린 척한다”며 승강이를 벌인다.
두 사람은 누군가가 버리거나 혹은 잃어버렸을 MP3를 고치고자 전파사를 수소문해 찾아 나서고 둘의 여정이 시작된다.
작품은 20여년 전 관객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멜로 영화들과 많이 닮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로맨스 장르처럼 결말을 선명히 그리지는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한 발짝 나아갔음을 암시한다.
주인공 심리 변화와 계절 흐름, 인물 간 관계 진전 등은 스크린 바깥처럼 서서히, 느리게 흘러간다.
영화의 배경은 경남 진해. 벚꽃축제인 군항제 등으로 유명한 진해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소박한 일상을 표현하는 무대가 된다.
작품에 나오는 버스터미널, 골목의 옛집들, ‘인판사(인쇄소)’·‘이용원(미용실)’ 등 오래된 간판들…. 도시의 속도와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소도시 특유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실제 어디선가 존재할 것 같은 인물들의 담백한 일상을 포착한 감각적인 영상미는 영화의 감성을 더한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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