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바밤바·메로나·더위사냥·수박바…아이스크림이 전하는 응원과 위로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8-12 13:08:00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약간은 하찮은 음식이다.
" 아이스크림에 대한 사랑고백이라면서 대뜸 약간 하찮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고,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좋아하는 이유란다.
이 사랑, 괜찮을까.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약간은 하찮은 음식이기에 너무 크고, 너무 중요하고, 너무 대단한 것들이 무겁게 짓누를 때면 아이스크림이 그것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는 것이다.
작가 하현이 쓴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건넨 소소한 위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베스트셀러 ‘달의 조각’ 이후 따스하고도 섬세한 글로 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주제는 아이스크림, 요즘 같은 더운 여름이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여름에만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계절 디저트이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간식이기도 하다.
동네 어디서나 슈퍼마켓에 들어가 냉동실을 열면 늘 아이스크림이 반긴다.
작가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주머니가 가벼울 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크게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비로소 만족한다"고 썼다.


익숙하고 간편하게 원할 땐 언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아이스크림과 얽힌 유년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작가에겐 그 추억이 더 많을수 밖에. 작가는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마트에 가던 어린이에서 운동회에서 선보일 율동 연습을 해야 했던 초등학생을 지나, 친구와 함께 학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황금 같은 방학을 반납하고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던 대학생, 약속 시간에 일찍 도착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어른으로 커가는 동안 줄곧 아이스크림과 함께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막무가내로 욕을 하는 손님을 만났을 때, 우울한 밤 펼친 마트 전단지에서 특가 상품을 만났을 때, 1인 노래방에서 밤을 새워 노래를 부르던 날에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거나 사랑하는 소설을 읽을 때에도 항상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썼다.
삶이 뜨겁게 끓어오르다가 다시 차갑게 식었다가를 반복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그 부침에 맞섰다는 얘기다.


돌이켜 보면 별 것 아니지만 그 때는 어지간히도 아팠던 순간들을 함께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큰 위로다.
그것이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음식이라도 좋다.
작가에게는 그것이 아이스크림이었다.
바밤바, 메로나, 더위사냥, 수박바, 빠삐코, 빵빠레… 작가는 평범하고 어디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이 아이스크림들에 깃든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아이스크림의 형태나 종류도 다양한 만큼 얽힌 이야기도 다채롭다.
뜨겁게 화내고 아프고 또 즐겁다가도 도무지 견딜 수 없어지는 순간들을 아이스크림과 함께 버틴 작가의 글이 아이스크림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아이스크림과 함께 맞닥뜨렸던 삶의 굴곡에 대한 기록으로 읽히는 이유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려움은 무척이나 많겠지만 아이스크림의 종류가 못지 않게 다양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삶은 그저 팍팍하고 아이스크림 처음 베어 물었을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 약간은 하찮은 음식이 입 속에서 녹아내리기까지 줄 수 있는 잠시의 달콤함이 인생의 쓴 맛에 부딪혀볼 용기를 준다는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크고 너무 중요하고 너무 대단한 것을 하지 못해 조바심 내는 이가 있다면 아이스크림 한 번 권해볼 일이다.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 하현 지음 | 세미콜론 | 180쪽 | 1만2000원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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