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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자동차 디자이너의 일상 기록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8-04 12:01:48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저자는 자신을 ‘이방인’으로 소개한다.
유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긴긴 타지 생활도 벌써 17년. 아직도 가시처럼 툭툭 걸리는 문화적·언어적 어려움이 그는 도리어 축복이라고 말한다.
왜일까? 보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끝없이 탐구하는 독특한 시선이 그가 디자이너로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상을 채우는 ‘당연’하면서도 필수적인 물건, 자동차를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톡톡 튀는 ‘딴생각’은 상상력의 원천이다.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자동차 회사에서 활동한 디자이너 박찬휘가 들려주는 일상기록이다.



넓은 종이 위에 단 몇 개의 선만으로도 내가 그리고자 하는 바가 확연히 보여야 하고, 선 위에 색이 입혀질 때는 밝은 부분은 밝은 대로 남아 있어야 내 생각을 옳게 말하는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선은 바로 경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실제의 사물은 선으로 경계가 나뉘어 있지 않다.
색으로 인해 분리되거나 원경과 근경을 통해 앞과 뒤를 구분한다.
즉 선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물의 경계를 인위적으로 드러낸다.
특징적인 부분은 보다 짙고 굵은 선으로 강조된다.
경계를 더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특징을 강조하려 선을 긋는 것인데, 주변에 잡다한 선들이 함께 존재한다면 무엇이 주제인지 식별이 불가능해진다.
_「종이_태극기 펄럭이며」


인생은 선택의 자취라고 하지 않던가? 최선을 다해 선택한 사소한 순간들. 그 선택의 순간을 이으면 그게 인생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저 내 손가락이 가장 편하게 누를 수 있는 좌측 상단의 버튼을 매번 눌렀다.
당연히 매일 같은 커피가 나왔다.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자판기 앞에서 단 하나의 점밖에 찍지 못했다.
자판기에 붙은 수많은 이름 속에서 매번 다른 커피를 선택했던 친구들은 나보다 다양한 점을 찍었다.
그들의 점을 이은 선은 나의 선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졌으리라는 깨침을 얻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건조하게 지나갔다.
_「커피_오늘을 살다」


규칙적 덜컹거림과 커다란 차창의 풍경은 반복되지 않는 슬라이드쇼와 같다.
낯선 풍경이라 해도 불안하지 않고, 명상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차창 밖 풍경은 숲이 되기도 했다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
저만치 떨어져 앉아 있는 다른 승객이 나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간이역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사라진다.
그 순간 또다른 종류의 고독이 스쳐간다.
또 가끔은 사람이 사는지 의심스러울만치 을씨년스러운 동네를 지나기도 한다.
이 다양한 창밖의 그림들은 사연도 모른 채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페이지를 연거푸 넘긴다 _「기차_고독한 공간」


딴생각 | 박찬휘 지음 | 싱긋 | 280쪽 | 1만6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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