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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증시를 보면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하루는 오르고, 다음 날은 추락한다.
종합주가지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종합적인 감정 기복을 안겨준다.
‘이게 조정인가, 하락장의 시작인가, 아니면 아예 구조적인 하강 국면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늘 역사 속 숫자들을 꺼내 본다.
단기적인 공포에 휩쓸리기 전에 과거가 남긴 궤적을 되짚는 것이 오히려 냉정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S&P 500이 이틀 동안 무려 10% 넘게 빠졌다.
그 하락 폭은 1950년 이후 역대 5위다.
상위권을 차지한 하락들이 뭔지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익숙한 이름들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직후다.
지금 이 하락이 어떤 급의 충격인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지수는 한 달 만에 35% 하락했고 회복까지 2년이 걸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땐 지수가 50% 가까이 반토막 났고, 전고점 회복엔 4년이 소요됐다.
2020년 코로나19 쇼크는 단기간에 35% 폭락했지만, 강력한 부양책 덕분에 1년도 안 돼서 회복에 성공했다.
이쯤 되면 명확하다.
지금처럼 시장이 격하게 요동칠 때마다 모두가 ‘이번엔 다르다’고 외쳤지만, 시장은 결국 다시 일어섰다.
중요한 건 ‘시간’이었고, 더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견딘 사람이 누구였느냐’였다.
물론 지금 상황은 과거와는 또 다르다.
연준의 금리는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은 끈질기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꺼내든 고강도 관세 정책이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하락은 정부 탓이 아니라, 미국이 AI 패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M7, 즉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조정 받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를 스테로이드를 맞은 보디빌더에 비유했다.
겉보기에 근육질이지만 속은 망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미국 경제가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소비는 여전히 강한 것 같지만 실상은 크레딧 카드 연체율이 오르고 있고, 저축률은 떨어지고 있으며 부채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건강해 보이지만 정작 장기는 다 망가진 상태라는 얘기다.
시장엔 더 불길한 징후도 있다.
JP모건은 최근 미국의 올해 실질 GDP를 1.3% 상승에서 -0.3% 감소로 급격히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5.3%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 공급망 재편, 자본 지출 축소, 기술 혁신 둔화 같은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미국 테크 기업들은 어디에 공장을 지어야 할지 몰라 돈을 묶어두고 있다.
공장을 미국에 짓는다고 해도 인건비와 원가 부담은 천정부지다.
공급망의 중심이 아시아에 있다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미국 테크 산업이 10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한다.
그리고 더 걱정스러운 건 금융 시스템이다.
해지펀드들이 요즘 마진콜에 직면하고 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주가 급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는 구조다.
유동성이 부족하니, 평소라면 절대 팔지 않았을 금마저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건 2008년이나 2020년에 나타났던 전형적인 패닉 현상이다.
공포는 공포를 부르고, 유동성은 빨려 나간다.
지금 상황만 보면 온통 불확실성과 위기감뿐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당연히 이렇게 묻는다.
“미국 주식, 이제는 끝난 건가요?”. 그 질문에 나는 단호하게 말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말을 조용히 꺼낸다.
“시장은 늘 회복했다.
회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
공포 지수(VIX)가 45를 넘긴 적은 흔치 않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 지수가 40을 넘겼던 시점에서 주식을 샀다면?1년, 3년, 5년 뒤 모두 시장은 상승했다.
가장 공포에 질린 순간이,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순간이 된 셈이다.
S&P500이 이틀간 10% 이상 빠졌던 그 극단적인 시점에 매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1년 후엔 대부분 수익을 냈고, 3년 뒤엔 거의 예외 없이 상승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포 속에서 행동한 사람에게만 시장은 미소를 지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시장은 확실히 위기다.
단기적으로는 더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정’이다.
진짜 중요한 건, 이 과정을 견뎌내고 나서 도착하는 ‘결과’다.
시장은 회복할 것이다.
회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지금 이 순간, 주식을 사는 건 누가 봐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시장은 늘 그 조심스러운 순간에 용기를 낸 사람에게 답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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