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유도 대표팀의 이준환이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포기하지 않았기에, 뜨거운 눈물을.
‘암흑기 탈출’을 기치로 내건 한국 유도 대표팀이 뜨겁게 파리를 누빈다.
피나는 세대교체와 함께 부활을 꿈꾸는 가운데, 그 선봉에 선 태극전사들이 큰 울림을 선사한다.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가 은메달로 유도 첫 메달을 신고한 가운데, 그 바통을 남자 대표팀의 막내 81㎏급 이준환(22)이 받아들었다.
◆‘번개맨’
2002년생의 이준환은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6경기의 선발전 중 5경기를 한판승으로 장식한 강렬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2연속 우승을 빚으며 기대주로 우뚝 섰다.
국제유도연맹(IJF)는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한국의 샛별에게 ‘번개맨’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였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하며 예열을 마친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파리 올림픽을 준비했다.
대회를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던 그는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마음속에 새기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은 유도에 미쳐있다.
금메달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라는 비장한 각오까지 품었다.
 | 한국 유도 대표팀의 이준환(오른쪽)이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상대로 절반승을 따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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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한걸음
세계랭킹 3위로 파리에 닿은 그는 순조롭게 항해를 시작했다.
32강 아츠라프 무티(모로코)를 절반승으로 꺾고, 16강과 8강에서 무기 사키(이스라엘)와 샤로피딘 볼타보예프(우즈베키스탄)을 전매특허 한판승으로 돌려세웠다.
최소 은메달 확보를 위한 관문인 준결승이 문제였다.
지난해와 올해 IJF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모두 자신을 막아세운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쉬빌리(2위)를 꺾어야 했다.
설욕을 다짐하며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아쉬운 절반패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동메달이라는 목표가 남아있었기 때문. ‘난적’ 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마주쳤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찬가지로 연장 혈투 끝에 상대의 빈틈을 노린 절묘한 발뒤축걸기 한방으로 절반승을 따낸 것. 시종일관 결연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던 그는 동메달을 확보한 후, 한동안 매트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제, 시작
 | 한국 유도 대표팀의 이준환이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동메달을 확정 짓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바랐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이미 동메달만으로 값진 성과다.
22살에 불과한 그는 이제 첫 올림픽을 치렀을 뿐이다.
이번 동메달과 함께 병역 혜택까지 누리면서 한국 유도 대들보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어린 나이지만, 성숙한 정신력이 있기에 미래는 더욱 밝다.
“(준결승 패배 후) 동메달리스트가 되는 것과, 해이해지고 안일해져서 4위가 되는 건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는 이준환은 누구보다 듬직하게 멘탈을 붙잡아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달려갈 일만 남았다.
이준환은 “제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해 동메달에 그쳤다”며 “항상 금메달을 목표로 살아왔다.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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