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 김금영, 리정식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정서 기자 |
묵묵부답.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멀리 있는 나라. 31일 탁구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도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계속된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단답으로 일관하며 교류를 차단했다.
북한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이후 8년 만에 하계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우 대회에서 총 7개의 메달(금2·은3·동2)을 획득하며 종합 34위에 올랐지만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의 올림픽 헌장 위반을 지적하며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1년 동안 정지시켰다.
북한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통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도 이번 올림에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레슬링(5명), 수영·다이빙(3명), 탁구(3명), 복싱(2명)과 체조·육상·유도(이상 1명) 7개 종목 16명을 출전 선수로 등록했다.
탁구에선 남북 선수들이 한 공간에서 훈련하는 등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각자의 훈련에 집중했지만 미묘한 기류는 있었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국제대회 출전 부족으로 세계랭킹이 ‘없음’으로 표시됐다.
그러나 혼합 복식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랐고 세계 최강 중국과 대등한 승부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8년 만에 하계 올림픽에서 거둔 북한의 첫 메달이다.
분위기는 냉랭했다.
북한 선수들은 동메달을 차지한 신유빈, 임종훈과는 웃으며 시상대에서 축하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경기 후 취재진과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인 공동 취재 구역(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눈길도 주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갔다.
거듭된 질문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여자 단식 경기에 나선 변송경은 믹스트존도 거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기자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고 질문을 던졌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신유빈과 장종훈의 순서가 끝나고 한참 후에 중국 선수들과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질문을 받으면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북한 탁구 대표팀 관계자의 신호에 따라 답변 길이가 달라졌다.
이 관계자는 사회자가 기자회견 시작할 때 국가명을 ‘노스 코리아(Norh Korea)’로 소개하자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사회자는 ‘디피아르 코리아(DPR Korea)’라고 불렀다.
북한 선수들은 중국과 관련된 질문에 긴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한국, 가족과 관련된 질문엔 짧은 답변뿐이었다.
특히 한국 기자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한국 선수들과 시상대에 선 느낌을 묻는 말에 김금용은 “경쟁심을 느끼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이 문장이 가슴 깊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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