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과 이 후보자는 언론노조의 정치성을 주장하며 사퇴를 일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질의에 나섰다.
이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공영방송은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보도라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서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며 “제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는 MBC에서 나온 증인과 참고인들이 출석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에 흠결이 있다고 집중 포화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과거 SNS 등에서 세월호 참사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방통위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세월호 오보 및 유족폄훼와 MBC 민영화를 모의한 사람으로 방통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페이스북에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 리본으로 나라를 뒤덮었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후보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MBC, KBS는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불러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글에 좋아요를 누른 맥락은 무엇인지 질의가 나오자 이 후보자는 “제가 아는 분이라든가 제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글에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른바 ‘좋아요 연좌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많은 글은 정당인이나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이라며 “공직에 들어간다면 그 부분은 철저히 중립성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언론인·경영인으로서 문제가 있었다면 지적을 달게 받겠지만 내가 아무런 소속이 없이 자연인으로서 말한 것들에 대해 말씀하시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황정아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저도 수십 번을 들었는데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솔직히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며 “다만 기사 판단을 함에 있어서 바이든지 날리면인지 확실치 않으면 저는 보도를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의 그 발언의 기사 가치를 판단할 때 그게 왜 기사가 되는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MBC에서는 백화점 세 곳에서 총 2000만원을 썼다”고 주장하는 등 대전MBC 사장 재직 시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에 이 후보자는 “업무상 목적 외에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단 1만원도 없다.
모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를 방어하며, 오히려 야당이 방통위 2인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야당에서 두 명의 방통위원을 추가로 추천해야 하는데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5인으로 구성되어야 할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계속 운영되는 책임이 야당에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 후보자 또한 “저는 국회에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민주당에서 나머지 두 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에서 한 명을 추천해서 5인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고 동의했다.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을 민영화하거나 이사진을 친정부 성향으로 교체하려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불법적인 2인 구조에서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것”이라며 “여론의 반발과 탄핵 발의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고. 후보자는 길어야 몇 달짜리 제3의 이동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은 이 후보자의 노조 불법 사찰 의혹 관련 질의에서 “방통위원장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그런 직을 맡기엔 정치적으로 멀리 나가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이 후보자는 언론노조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후보자는 ‘MBC가 국민적 갈등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제공을 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언제부터인가 언론노조가 (MBC의)주도적인 세력으로 되면서 정치성이 강화 됐다”며 “임명이 된다면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의원은 민주당이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 후보자 탄핵을 언급한 것을 두고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동관·김홍일로도 모자라서 후보자께도 마타도어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MBC 사장 해임 기준을 묻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질의에는 “경영 사유는 가장 중요한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MBC는 흑자 아니냐고 묻자 “흑자이지만 흑자의 질을 따져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이 후보자가 동대구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거나 KBS 본관을 박정희센터로 만들자고 했다는 등의 과거 발언에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면 극우가 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처럼 취급받는 부분은 아주 불공정하다”며 “극우라는 규정이야말로 대단히 위험하고, 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청문회는 이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경전이 오갔다.
MBC 기자 출신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과 회의장 앞에서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했고 언론단체도 동참했다.
국회 과방위는 오는 25일까지 이틀 간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장관급 인사 인사청문회가 이틀 동안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필요시 청문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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