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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수, '넷플릭스 공무원'의 더할 나위 없는 2022년
더팩트 기사제공: 2022-09-29 00:06:05

"외국에서 작품하고 싶은 마음 있어...다각적인 태도 지닌 배우 되고파"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올해 한 편의 영화와 두 편의 시리즈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 배우가 있다. 또한 지난해 공개된 작품으로 美 에미상 레드카펫을 밟았고 총 6개의 트로피와 함께 돌아오며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제는 '넷플릭스 공무원'으로 불리는 게 자연스러운 배우 박해수의 활약상이다.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수리남'까지 5개의 작품을 넷플릭스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연달아 공개했지만 익숙하거나 뻔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 작품 자기 변주를 꾀하는 박해수의 활약은 신선함과 반가움을 안겼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해수는 '수리남'에서 독보적인 마스크와 독특한 말투로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분위기를 사로잡았고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로 두 얼굴을 선사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에미상 일정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박해수를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리남'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인터뷰였지만, 새 역사를 쓰고 돌아온 그에게 관련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美 에미상에 참석해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다./넷플릭스 제공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美 에미상에 참석해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다./넷플릭스 제공

앞서 '오징어 게임'은 지난 13일(한국 시간)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메이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받은 여우 게스트상(이유미)과 프로덕션디자인상,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에 이어 총 6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먼저 박해수는 "갈 때도 생각이 많았어요.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어요. 비행기를 타서 자야 하는데 다들 잠을 못 자더라고요. 기대 아닌 기대를 했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도 고민했어요. 도착해서는 많은 분을 만나고 여러 파티를 즐겼어요"라고 회상했다.

박해수는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다. 그는 턱시도 안에 수상 소감이 적힌 종이를 넣어간 비하인드부터 작품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 등을 솔직하게 밝혀 관심을 모았다.

"저는 수상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떠나기 전날 어머니께서 '그래도 수상소감을 준비해가라'고 손 편지를 주셨어요. 그리고 '이걸 영어로 번역해서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턱시도 안에 넣어놨어요. 무대에 올라가면 꺼내서 읽으려고요(웃음). 저는 안됐지만 정재 선배님과 감독님이 불리고 '오징어 게임'에 대한 환호를 많이 해주셔서 신기했어요. 사실 작품상은 조금 아쉬워요. 개인의 영광도 중요하지만 작품상을 받았다면 K-콘텐츠의 브릿지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박해수는 '수리남'에서 최창호 역을 맡아 두 얼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박해수는 '수리남'에서 최창호 역을 맡아 두 얼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바쁜 일정과 시차 적응으로 제법 지칠 만도 했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이자 '저도 노트북 하나 가져다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이런 얘기 해도 되겠죠?'라고 말하며 관계자를 쓱 보더니 솔직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해수는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 윤종빈)에서 국제 무역상 구상만으로 정체를 숨긴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았다. 작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최창호는 민간인 강인구(하정우 분)를 마약상 전요환(황정민 분) 검거 작전에 투입시키고 국제 무역상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도 한다.

전혀 다른 얼굴로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박해수는 "두 캐릭터를 오히려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았다"고 의외의 답변을 꺼냈다. 그는 "최창호와 구상만은 동일 인물이고 연기를 엄청 잘하는 국정원이 아니죠. 무역상에 가까울 정도의 느낌만 낼 뿐이에요. 더 활발하거나 격렬한 친구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과하면 의심받을 수 있잖아요. 의상 콘셉트 회의를 많이 했고 구상만을 먼저 만든 다음에 최창호 대사를 만졌어요. 더 딱딱하고 문어체적이게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구분이 될 수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수리남'은 영화 '공작', '범죄와의 전쟁'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이자 하정우, 황정민, 조우진, 유연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윤 감독은 박해수를 향해 "외국 배우의 느낌이 나는 얼굴"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들은 박해수는 "제가 죄송합니다"고 했지만 기분 좋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윤 감독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많이 주실 줄 알았는데 수월하게 가시더라고요. 찍고 나면 짧게 코멘트만 주셨어요. 전작들을 보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촬영했을까' 생각했는데 부드럽게 진행돼서 놀랐죠. 윤 감독이 워낙 유머러스해서 큰 이슈가 없어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배우들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시더라고요. 힘든 현장이었지만 배우들은 안전하게 만들어주셨어요. 특급 대우를 받으면서 촬영했죠."

또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박해수는 "황정민 선배님은 존재 자체가 배우예요. 대본을 필사하시면서 준비하시고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도 계속 연습하시더라고요. 정말 끊임없이 연구하고 성장하는 선배님"이라라며 "제가 가진 에너지가 결코 작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하정우, 황정민 선배님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두 선배님이 상대의 에너지를 잡아먹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에너지를 공유하면서 평행하게 만들어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박해수는 "'대홍수' 촬영을 끝내고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연말 계획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 2020년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넷플릭스와 첫 인연을 맺은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야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에 이어 현재 촬영 중인 '대홍수'로 넷플릭스와 인연을 이어간다. 이 같은 행보에 플랫폼이나 글로벌적인 소재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박해수는 "제가 선택하는 소재들이 자연스레 글로벌해진 거 같다"고 운을 뗐다.

"글로벌 소재는 결국 인간에 대한 본성과 심리, 갈등인 거 같아요. '오징어 게임'도 인간에 관한 이야기고 '수리남'도 믿음에 관한 이야기죠. 이런 건 언제나 먹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방향성이 다양해지고 변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공간은 압축돼도 상상력은 더 멀리 가시는 거 같아요. 표현할 수 있는 기술력도 뒷받침이 됐고요. 이제 외국에서 K-콘텐츠가 독보적이에요. 아시아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될 거 같아요. 사실 저는 한 관객만을 위해서 공연했던 배우예요.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사람이 어떻게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공개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5개의 작품 중 '사냥의 시간'과 '야차'는 코로나19가 길어짐에 따라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행을 택한 작품이었다. 이에 박해수는 극장이나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그의 목표가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극장이나 연극은 '간다'라는 의지가 필요하잖아요. 티겟을 사야 하기 때문이죠.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느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해요. 화면에 대한 사이즈도 아쉬움이 있어요. 섬세하게 연기한 것을 큰 스크린에 걸고 싶죠."

"지금 '대홍수'를 찍고 있어요. 12월쯤 촬영이 다 끝나요. 다른 작품을 정해놓은 상황은 아니라서 연말에는 육아에 집중할 거 같아요. 솔직히 상 욕심은 없고 외국에서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분명 준비 과정에서부터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외국에 나갔을 때 무언가를 바라보는 다각적인 태도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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