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양문고에서는 평소의 데시벨보다 4배 이상(80-90) 높은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음악은 바로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인 ‘워킹, 댄싱, 액팅-플러스잉(+ing)’ 발표회를 위한 것이었다.
이날 프로그램 참가자 15명(여성 10명, 남성 5명)은 서점의 중앙 통로에 마련된 런웨이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다양한 포즈와 워킹을 선보였다.
‘플러스잉’(+ing)은 그 자신이 시니어 모델이기도 한 이주연씨가 대표로 있는 ㈜더조이플러스가 진행하는 50~60대를 위한 시니어 모델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문회체육부가 후원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1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사업이다.
요즘 인기 있는 모델 아카데미와 연기, 무용 등의 문화예술 클래스를 결합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문체부가 지정한 ‘2021년 60플러스 책의 해’에 맞춰 참가자들의 인생 책을 엮어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조용한 서점이 시끌벅적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53세부터 67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생각과 성격도 각양각색인 참가자들은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넘게 매주 2번씩 모델 워킹은 물론 발음, 발성, 감정표현, 연기, 춤을 배우고 연습했다.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자세와 걸음걸이를 고치느라 땀깨나 흘렸다.
“내 몸이 사춘기 때 우리 아들처럼 말을 안 듣는다”고 푸념하면서도 열심히 춤을 췄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사람에게 가슴 속 얘기를 털어놓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모델 아카데미는 현역 패션모델이자 패션쇼 강사·연출자인 윤세민(34)이 지도했다.
최근 몇 년 새 시니어모델 아카데미가 인기를 끌면서 윤세민에게도 부모뻘 되는 제자들이 많이 생겼다.
윤세민은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기초 박자와 자세를 잊지 않고 수업에 임해주셔서 놀랐다.
매회 60분 이상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도 쉬자는 말씀을 안 하신다”며 참가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한양문고에서 데시벨이 가장 높았던 윤세민은 “등장 포인트가 늦었다”, “대열이 흐트러졌다”, “틀려도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라”며 연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코로나19로 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시니어들의 삶도 팍팍해졌다.
외부활동 제한, 대인관계 위축, 운동량 감소 등으로 정신적, 신체적 질환이 늘고 있다.
고령자들은 1주일간 신체활동이 없으면 신체 나이가 1년쯤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격리되고 단절된 생활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시니어들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플러스 잉’은 참가자들에게 삶의 활력이 됐다.
윤세민은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지만 시니어모델들처럼 치열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은 없었다.
나 또한 가르치면서 배우고 있다.
이렇게 동기부여가 확실한 적은 없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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