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담합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사를 수주한 일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LG CNS가 상장 추진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관리에 매몰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섭 LG CNS 대표와 회사 경영진들의 행보에선 LG그룹 '정도경영' 기조를 회복하고 신뢰를 찾기 위한 자정 노력과 경영 쇄신 의지를 찾아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발주된 LG유플러스 평촌 IDC 지능형빌딩시스템 구축공사 입찰 과정에 낙찰예정자·투찰금액을 서로 짠 LG CNS 등 3개 기업에 1억49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019년 9월 30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당시 'LG CNS가 유찰을 막고 안정적으로 낙찰을 받고자 담합을 시행한 결과로 실제 공사를 수주해, 엄중히 제재한다고 밝혔다.
LG CNS는 지난 2013년 서울시 교통카드단말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시 담합을 저질러 지난 2018년 3월 30일에도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이로써 김영섭 대표 체제의 LG CNS는 입찰담합으로만 두 차례 제재를 받았으나 이제까지 별 대응 조치가 없다.
 
LG CNS가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제시한 준법경영 또는 거버넌스 관련 활동 설명을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담합행위 근절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그대로다.
공정위 과징금·시정조치 제재를 받았는데도 바뀐 게 없다는 얘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 이후 회사 차원의 자정 노력과 개선 성과를 제시해 달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LG CNS의 최근 행보는 DX를 통해 혁신에 나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고객 메시지와도 상반된다.
수년 내 상장을 앞두고,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전 지향적인 경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안전지향적인 전략은 위기 국면에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전략적 선택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경영 주안점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시장·주주·고객에 대한 신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우선 LG CNS 경영진들의 관심은 '공정'이란 가치보다는 회사 차원에서 올해 공식화한 상장 추진에 쏠린 분위기다.
지주사 LG는 지난 2019년 11월 당시 보유한 LG CNS 지분 85% 가운데 35%를 사모펀드 '맥쿼리PE'에 1조원에 매각하기로 했고, 작년 5월 이 절차를 마무리했다.
2대 주주가 된 맥쿼리PE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LG CNS의 상장을 적극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실제로 LG CNS는 올해 내부에 상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열고 실질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LG CNS가 이르면 2년 뒤 상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년 뒤(2023년)는 LG CNS가 LG그룹 계열사 IT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율 90%를 달성하겠다고 예고한 시기다.
LG CNS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지렛대 삼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LG CNS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여타 IT서비스 기업 대비 뚜렷한 실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내부거래로 매출을 안정화하고 디지털전환(DX) 시장 전략사업을 포기해 비용을 절감한 전략이 주효했다.
수년째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핵심계열사의 IT시스템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고, 자체 IDC 기반 공공·민간 클라우드 사업은 정리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사업모델을 혁신해 수주형 사업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형 사업을 만들고 스스로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상반기 LG CNS 매출은 그룹 클라우드전환, 금융권·물류 시스템통합(SI) 수주 실적으로 채워졌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서비스 모델의 매출비중 문의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라며 "서비스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금융 전문성과 수주역량을 결합해 신흥 영역인 '마이데이터' 분야에서 성장을 도모할 여지도 있다.
마침 이달초 IT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본 허가를 획득했고, 데이터관리업·데이터중개업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 시기와 목표 등 문의에도, 회사측은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언급을 꺼렸다.
  LG CNS는 주요 IT서비스 3사 가운데 드물게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모두 자체 IDC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접었다.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해석된다.
공공 시장에선 올해 초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자격을 스스로 취소하며 사업 철수 결정을 시사했다.
이 CSAP 자격 취소부터가 국내 최초 사례다.
LG CNS는 지난 2018년 CSAP 획득에 대해 'IT서비스 업계 최초' 사례임을 강조했지만, 투자 부담이 커지자 일찌감치 공공클라우드 사업을 포기한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증자격 취소 배경 문의에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외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선 이전부터 LG CNS의 존재감이 옅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 CNS의 자체 IDC 기반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자체 클라우드는 누구든 만들려면 만들 수 있는 것이지만,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서 "시장점유율 자료를 보면 LG CNS의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나오고, 그 실체나 고객사라고 할 곳이 있을지도 불분명하다"라고 언급했다.
LG그룹 계열사도 클라우드 고객사는 아니다.
LG CNS가 LG 계열사에 제공하는 IDC 인프라의 성격은 단순 호스팅에 가깝다.
이 회사의 IDC는 금융부문(상암IT센터), 맞춤형모듈형인프라(가산센터), 해외클라우드임대(부산글로벌클라우드데이터센터), 백업전용(인천센터) 등 역할로 나뉜다.
이는 LG CNS가 더 이상 자체 IDC 클라우드 운영·구축에 투자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 대표는 올해 초 기업 고객의 DX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위해 LG CNS가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준비해 '디지털 혁신 선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신년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전문 역량 혁신을 지속하고,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LG CNS가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정리한 이유는 이것을 '지속 혁신할 전문 역량'이 아니라고 본 결과다.
 지속 성장과 혁신이 가능하다면 수주형 사업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LG CNS의 경우 수주형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혁신을 일으키고 동종업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실정이다.
LG CNS가 놓친 국가 블록체인 혁신사업 참여 기회가 상징적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 입찰결과,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LG CNS와 손잡은 주 사업자는 2위에 그쳤다.
입찰 평가에서 LG CNS의 금융SI 업력, 1금융권 디지털화폐 시범 플랫폼 구축 및 기존 한은 CBDC 3차 기술검증 경험은 힘을 쓰지 못했다.
비슷한 일은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에서도 벌어졌다.
LG CNS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지난해 11월 규모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연말께 이 자격이 무효 처리되고 차순위협상자가 계약을 체결해 LG CNS의 참여가 어려워졌다.
올해 협상이 진행된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서도 LG CNS가 협력하는 차순위협상자의 최종 수주 계약이 무산됐다.
LG CNS는 지난해 세종 국가시범도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주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동시에 제안에 참여한 구리·부산 스마트시티 사업의 수주에 내부적으로는 큰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당시 15년간 축적된 업력과 노하우, 업계 유일의 정부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인증을 취득한 솔루션 '시티허브'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내비쳤지만, 아직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진 못한 셈이다.
  LG CNS는 LG그룹의 IT서비스 자회사로서 그룹의 클라우드·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전환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이 직접 AI·클라우드 활용 역량을 강화하면서 LG CNS의 역할은 주요 사업의 DX를 주도하기보다 보조적인 영역에 머물 여지가 많다.
지난 5월 LG AI연구원은 미국 민간 AI연구소 '오픈AI'의 초거대 AI 모델인 GPT-3를 벤치마킹하고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개발에 약 1100억원(1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초당 9경57000조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글로벌 톱3 수준의 모델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초거대 모델도 선보인다고 예고했다.
당시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활용시 화학, 가전, 전기차, 의료,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상담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분야와 고객서비스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언어모델 개발 계획에 LG CNS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CNS에 초거대 AI 모델 구축 경험이 없고, 모델 구축과 운영을 위한 자체 IDC 기반 클라우드도 없기 때문이다.
LG CNS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LG CNS 신설조직 기술역량과 LG유플러스가 최근 연 무인매장 'U+언택트스토어'에서 축적된 기술,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금융권 AI콜센터 혁신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이에 비춰볼 때, LG CNS의 그룹 내 역할은 신사업에 나선 계열사의 AI·클라우드 기술 개발과 활용을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초거대 AI 연구와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시 LG CNS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LG CNS 측은 "AI 분야에서 내외부 AI 기술을 융합해 여러 산업의 DX를 가속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클라우드 영역에서는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와 함께 고객사의 DX를 위한 클라우드 전환·운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 CNS 조직 내부의 목소리에선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전반적으로 말로는 도전과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몸을 사리고 경영공학적인 관리에 치중하는 형국이다.
그 여파로 올해 LG CNS는 클라우드 등 신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력 내재화, 인력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속된 퇴사·이직 등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LG CNS의 사업모델 전환 구상을 염두에 둔다면 전략 우선순위, 보상체계 변경에 따른 내부의 혼란과 불만,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일부 인력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기존 사업 성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실질적인 매출 우선순위는 놔둔 채 대외에 선언한 신사업 추진 성과만 강요하고 있는 분위기가 읽힌다.
익명 기반 직장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은 당장의 성과(매출) 내기에 급급한 임원과 경영진의 태도, 불투명한 정책과 부족한 사내 소통, 초과업무 등이 인정되지 않는 포괄임금제 등 급여체계 등을 비판했다.
직원들은 커리어, 워라밸, 급여·복지, 사내문화, 경영진 등 5대 평가항목 중 김영섭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5점 만점에 평균 1.7점)'을 최대 문제로 꼽았다.
일례로 올해 1월 한 LG CNS 직원은 블라인드에 회사에 대한 평균 평점으로 2점을 매기면서 "경영진이 최악"이라면서 "이번에 2차 이직 러시 예상(한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도 인원수 감축해야 되나보다"라면서 "CEO는 언제 바뀌나, 엄청나게 오래 하네"라며,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김영섭 대표 체제 전반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소프트웨어·AI 인재대란 속에 기존 인력마저 잃고 있는 LG CNS가 성장을 지속해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LG CNS 관계자는 회사의 인적 투자 현황 문의에 "DX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직원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자격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DX 정예 전문가로 1200여명을 선발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며 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