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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이 지난 2009년 KT를 통해 개통됐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촉발시킨 계기였다.
당시 국내 이통사는 아이폰을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애플은 국내 이통사에 우월한 위치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지 11년. 아이폰의 혁신성과 제품의 완성도에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메기 효과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도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AS 및 리퍼폰에 대해 소비자에 기만적인 태도와 상대적으로 뒤늦은 신제품 출시, 이통사에 대한 갑질은 매번 끊이지 않았다.
국정감사에 까지 불려 다녔던 애플은 변변한 해명도 않은 채 머리를 숙이지 않아왔다.
그러던 애플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폰 등 단말기 광고비 및 수리비를 국내 이통사에 떠넘긴 애플코리아가 불골정 거래행위에 대해 자체 시정안을 24일 내놓았다.
이는 공정위와 애플이 협의해 마련한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으로, 오는 25일부터 40일간 해당 안에 대한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 사용자 수리비 할인과 국내 ICT 인재양성 등 교육,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 등에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이통사에 보증 수리비를 부담하도록 한 계약 조항을 삭제하고, 광고비 역시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애플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와 이에 따른 벌금 보다 자진 시정안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75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도 시장규모가 증가했다.
애플은 국내 시장에서 15% 수준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앱마켓의 꾸준한 성장과 충성 고객들이 많고,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의 대부분이 자사의 마케팅 효과가 뚜렷한 투자 개념의 지출이므로 손해 볼 것이 없다.
특히 애플은 동의의결 제도를 적극 활용해, 피해 당사자인 이통사에 대한 배상(?) 부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애플의 자진 시정안에 담긴 1000억원 규모 상생 지원안은? 애플은 자진 시정안에서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을 제시했다.
이는 아이폰 사용자와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동시에 애플이 그동안 소홀히 했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내지는 소비자 지원책이므로 마케팅 효과가 큰 방안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아이폰 사용자 수리비 할인 등 고객 서비스 강화 방침을 들고 나왔다.
비싼 수리비와 사제 수리를 막아왔던 AS 종속성 논란을 신경쓴 눈치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한다.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도 10% 할인을 하며, 애플케어 플러스나 애플케어를 이미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가 요청하면 10%를 환급해준다.
여기에 250억원을 투입해 이 금액이 소진되는 약 1년간 할인을 이어간다.
애플코리아는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정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설립하는 데 3년간 4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또한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해 매년 200여 명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 양성하는 데도 250억원을 내놓으며,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다문화가정 등 교육 사각지대에 디지털 기기와 교육에 100억원을 지원한다.
'갑질' 애플의 태도 변화, 무엇이 달라졌나 국내 이통사에 대한 갑질을 일삼던 애플은 이번 시정안에서 이통사 광고기금 등에 대한 시정안을 내놓았다.
광고기금은 애플과 이통사 공동의 파트너십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과 관련 비용에 대한 분담 원칙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광고계획과 광고 승인에 대한 협의 절차도 개선키로 했다.
다만 이통사의 애플 아이폰 등의 제품 광고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송상민 시장감시국장은 "(애플 시정안으로)이통사의 광고비 부담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지만,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애플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간섭하던 것에서 양측이 상호협의하는 형태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제품에 대한 무상 수리 촉진서비스 관련 비용을 국내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과 일방적 계약해지권 조항은 삭제했다.
또한 스마트폰 보조금에 대해서도 이통사 요금할인 금액에 상응하도록 조정하고 보조금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서로 협의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국내 이통사의 요금할인액 수준의 보조금을 애플 측에서 지급해야 한다.
다만 11여년간 애플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해 온 이통사에 대한 직접 지원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공정위-애플 간 동의의결 제도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와 공익을 고려했기에 이통사에 대한 지원안이 빠지게 된 것이다.
향후 절차는?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이 절차를 밟고 있는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제시한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이번 자진 시정안이 불공정 거래행위 개선과 중소사업자-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이달 25일 부터 10월 3일까지 40일간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어 전원회의에 이 안을 올릴 계획이다.
전원회의 심의 후 의결되면 동의의결이 최종 확정되며, 여기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 동의의결 절차는 무산되고 제재 심의가 다시 시작된다.
이는 애플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이 무상수리 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고 보조금 지급과 광고 활동에 간섭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2018년 4월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그해 12월, 2019년 1월과 3월 등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을 심의했고, 애플은 3차 심의 이후인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 블로터 | 김효정 hjkim@bloter.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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