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용기기인 '아이코스'와 타바코 스틱 '테리아'가 판매가 늘면서 2년 연속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0억원 이상 이익잉여금이 누적되면서 담배소비세 추징금 등으로 2015년 이후 중단됐던 본사 배당도 재개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의 매출액은 8333억원으로 전년(7905억원) 대비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개선 흐름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34억원으로 1년전(1057억원)보다 7.3% 증가하며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실적 개선은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영향력을 다시 회복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회사의 매출이 8000억원대를 회복한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2017년 아이코스를 출시하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문을 연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듬해 매출 8705억원, 영업이익 69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이후 후발주자인 KT&G가 '릴'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면서 점차 점유율을 내주기 시작했고, 점유율 하락과 함께 매출도 5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지며 결국 1위 자리에서 밀려난다.

반격에 나선 것은 2022년 말 3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출시하면서부터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23년 '아이코스 일루마 원' 등 기기 보급 확대에 집중했고, 지난해에는 전용스틱인 '테리아'의 포트폴리오를 18종까지 늘렸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출하량은 57억 개비로 전년(51억 개비) 대비 11.4% 증가했다.
이로 인해 테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HTU)의 국내 점유율도 전년(7.1%) 대비 1.0%포인트 증가한 8.1%를 기록했다.
PMI가 아이코스 등 무연담배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전자담배가 한국필립모리스의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PMI는 매출이 378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7% 늘었고, 영업이익도 134억달러로 16%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가연 담배 매출은 232억달러로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무연 담배 매출은 146억 달러로 14% 증가했다.
전자담배의 매출 비중도 2022년 32.1%에서 지난해 38.7%로 확대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올해도 최근의 좋은 흐름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지난 2월 신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 일루마 아이' 시리즈의 공식 판매를 시작했고, 이달에는 기존 테리아보다 정통 담배의 맛을 더 강조한 스틱 '센티아'의 판매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담배업계는 시장점유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모두 45% 수준에서 1%포인트 안팎의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수요 확대에 맞춰 수출 물량 확대 여부도 올해 실적 성장의 또 하나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필립모리스의 국내 판매분의 전량을 경남 양산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국내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해외 12개국으로 수출된다.
회사에 따르면 최대 수출국은 일본으로 지난해 일본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의 출하량은 483억 개비로 전년(430억 개비) 대비 12.2%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시장점유율도 29.8%로 3.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2015년 이후 9년간 중단했던 배당도 재개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444억원을 집행했다.
지급 대상은 미국 법인인 'Philip Morris International Inc.'의 자회사인 'Philip Morris Brands Sarl'로 해당 법인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아이코스 일루마와 테리아의 판매 호조 등으로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한국필립모리스의 미처분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쌓였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창출한 수익 중에서 아직 명확한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고 기업 내부에 적립돼 있는 잉여 자금으로 새로운 투자 또는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20년 66억원이던 한국필립모리스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이후 매년 증가해 2023년(1607억원)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809억원이 더해지며 2416억원까지 늘어났다.
앞서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정부가 2015년 담뱃세를 올리기 전에 출하한 담배를 재고 상태로 뒀다가 담뱃세가 인상돼 가격이 오른 이후에 판매해 2000억원대의 재고차익을 얻었다.
이로 인해 정부는 한국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였고, 회사는 추징금 2719억원을 납부했다.
추징금 납부 영향 등으로 2016년 순손실 1597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한편 2002년 설립된 양산공장은 지금까지 약 4억8000만달러(약 6850억원) 이상을 누적 투자하며 설비 확장을 이어왔다.
현재 양산공장의 가동률은 최대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사 측은 향후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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