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수입 맥주 브랜드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칭따오'가 위생 문제에 발목을 잡히며 존망의 기로에서 힘겨운 한 해를 보냈고, '하이네켄'은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며 서서히 기력이 쇠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반면 일본맥주의 부흥을 이끈 '아사히'는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며 패권자의 지위를 견고히 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칭따오 맥주를 수입하는 비어케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341억원으로 전년(806억원) 대비 57.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영업손실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4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비어케이의 매출 급락은 위생 문제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2022년 수입량 4만6504t으로 수입 맥주 1위를 기록했던 중국산 맥주는 2023년 초까지도 1위 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3년 11월 칭따오의 산둥성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 장소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소변테러'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하루아침에 외면받았다.

이로 인해 비어케이도 직격타를 맞았다.
사건 이전까지 2017년부터 6년 연속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었지만 사건 이후 한국 수입 제품과 무관하다는 해명에도 상황이 급전직하하며 한동안 매출이 바닥을 쳤다.
이후 희망퇴직과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 감축 등 비용 축소를 통해 정상화에 나섰지만 지난해 부진한 실적은 피하지 못했다.
비어케이의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칭따오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외에도 중국 제품의 위생 문제에 대해선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부진한 시장 상황에 대체품도 많은 상황인 만큼 한 번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맥주 기업인 하이네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이네켄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011억원으로 전년(1113억원) 대비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도 28억원으로 전년(-36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소변 파동이라는 두드러지는 악재가 있었던 칭따오와 다르게 하이네켄코리아는 가정 주류 시장의 위축과 아사히를 필두로 한 일본맥주의 판매 증가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홈술·혼술 열풍의 중심에 서며 2021년 매출액을 138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이네켄의 선전에 힘입어 2021년 네덜란드는 한국 시장에 4343만달러(약 630억원) 규모의 맥주를 수출하며 국내 맥주 최대 수입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맥주 거품이 서서히 꺼지기 시작하며 하이네켄코리아의 실적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도 재무제표상 대부분의 계정이 전년과 유사한 수치를 기록하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제자리걸음을 하며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손실이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수요 자체가 줄면서 상품 매입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이네켄코리아의 당기상품매입액은 472억원으로 2023년 555억원보다 15.0% 감소했다.
하이네켄코리아는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3년 연속 줄어든 매출 규모 만회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이달부터 중국 '차이나 리소스 브루어리'의 대표 라거 맥주인 '설화맥주'의 국내 독점 유통에 나선다.
설화맥주는 칭따오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로 단일 브랜드로는 세계 최대 판매량을 자랑한다.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가성비가 뛰어난 설화 맥주 유통을 통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맥주시장의 부진 속에 대부분의 수입 맥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롯데아사히맥주만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매출은 1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66억원으로 12.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줄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전년 대비 하락한 수익률은 공격적인 영업전략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아사히주류는 2022년 흑자로 전환했고, 2023년에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를 앞세워 수입 맥주 시장의 왕좌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다시금 잡은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펼쳤다.
실제로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를 전년 대비 50% 늘렸고, 이를 토대로 아사히 맥주는 물론 오키나와 로컬 맥주인 '오리온' 맥주까지 대부분의 편의점 등 주요 채널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판로 확보에 집중했던 롯데아사히주류는 올해는 이를 토대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수익성 개선의 첫 번째 스텝으로 지난달 1일 아사히 제품의 가격을 8~20% 인상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캔맥주 350㎖는 3500원에서 4000원으로 14.3% 올랐으며, 500㎖는 4500원에서 4900원으로 8.9% 뛰었다.
회사는 이와 더불어 올해 아사히그룹 제품을 중심으로 품목을 강화해 소비의 다양화, 저알콜화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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