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중구 유유제약 본사 건물 7층의 한 회의실에서 '갸르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양 이방'으로 불리는 이 회의실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상주'한다.
직원들은 틈틈이 드나들며 고양이들과 놀아주거나 '갸르릉' 소리를 들으며 간단한 업무도 본다.
회사 관계자는 "약 2년 전 반려동물 산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할 때 기존 회의실을 고양이방으로 꾸몄다"며 "직원들이 일상에서 동물을 접하면서 애정이 생긴다면, 동물의약품 사업에도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문의약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동물용의약품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유유제약도 그중 한 곳이다.
유유제약의 경우 최근 동물용 신약 개발기업인 벳맙 바이오사이언스(VETMAB BIOSCIENCES)와 반려견 전용 커뮤니티서비스인 'DOG PPL'에 총 12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는 동물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외품, 동물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품의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질병진단센터장을 역임한 수의학 감염병 전문가 최강석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GC녹십자홀딩스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그린벳은 지난 1월 수의사들에게 동물용 헬스케어 솔루션을 전담해 제공하는 '벳커머스팀'을 신설하고 동물용의약품과 영양제, 사료, 의료용품 등 다양한 분야 업체와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제약도 지난달 펫 헬스케어 브랜드 벳플에서 반려동물의 장과 구강 건강을 위한 유산균 '벳플 락토덴탈'을 출시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2월 리센스메디컬과 반려동물 피부질환 치료용 의료기기 '벳이즈'와 '벡소힐' 판매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인사돌'을 기반으로 약국 유통 품목인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고, 지난해 동물용의약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조아제약은 오는 5~6월 약국전용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종근당, 동화약품, 삼일약품, 삼진제약 등도 현재 동물용의약품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이 동물용의약품 시장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시장 전망이 그만큼 밝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방식도 더 고도화하고 있어 동물의약품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동물실험 단계까지만 마쳐도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 사업 진출의 문턱이 다소 낮은 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동물용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4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1년 39조원에서 2031년 103조원까지 2.6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일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방안' 발표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동물용의약품 산업 규모를 4조원으로 확대하고 수출을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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