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가격이 이달 들어 급등했다.
주요 제품 가격이 최근 일주일 동안 약 5% 이상 뛴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공급을 줄인 게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수익 확보에는 긍정적이지만 미국발 관세 영향 등 변수가 많아 가격 강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최근 내놓은 'D램 가격흐름' 보고서에서 3월 셋째 주에서 넷째 주(3월19~25일)까지 1.580달러(약 2348원)였던 DDR4 8G 제품(1Gx8 3200MT/s)의 현물 가격이 일주일 후(3월26일~4월1일)엔 1.646달러(약 2446원)로 4.18% 상승했다고 밝혔다.
DDR4 16G 제품(2Gx8 3200MT/s)은 같은 기간에 3.05달러(약 4533원)에서 3.22달러(약 4786원)로, 5.57% 올랐다.
일주일에 평균 약 3%씩 올랐던 지난달 D램의 가격 흐름과 비교하면 이달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그 상승 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트랜드포스는 범용 메모리 공급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이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에 주력하며 자연스럽게 D램 생산을 감축해 가격 상승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내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을 불렀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이구환신(以舊換新·노후된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PC, 가전 등을 새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 제품들에 들어가는 D램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선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미국의 발표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예고 이후 세트(TV, 스마트폰 등) 업체들이 관세 시행 전 미리 D램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구리의 경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후 다수의 기업이 미국 시장에 구리를 미리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의 구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는데, 반도체도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D램 가격 상승이 최근 침체돼 있던 메모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라인의 숫자를 일부 줄이는 등 감산 소식이 업계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범용 D램은 두 회사가 생산하는 전체 제품 중 60~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D램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D램을 공급받는 고객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적정선에서 가격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론이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달 D램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발표한 데 이어 일부 제품에 대해 미국 관세에 따른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매체들은 "마이크론이 최근 미국 고객들에게 메모리 모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대한 요금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반도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제외된 상태다.
다만 메모리 모듈과 SSD 등의 저장 장치는 다른 제품처럼 관세가 적용된다.
마이크론은 중국과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로 아시아에 공장을 두고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들여오고 있어 관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들과 D램 가격 인상과 미국 관세 등 변수들을 반영한 가격 협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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