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인 안티모니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공급하는 고려아연이 대미 수출을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 이슈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가격이 급등한 안티모니가 한국의 새로운 협상카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미국에 350t의 안티모니 수출을 목표로 수입업체 선정을 비롯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 중이다.
안티모니는 지난해 2월 기준 1톤(t)당 1만3650달러(2027만원)였으나 지난 2월 말 6만2000달러로 치솟으며 1년 새 4배 이상 급등했다.
계획한 목표량 수출에 성공한다면 연간 322억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우선 올해 첫 물꼬를 튼 후, 향후 수출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안티모니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서 정한 핵심 광물 28개 중 하나다.
탄약·미사일·포탄 등 군수물자 생산에 필수적인 전략물자이자 차량 대시보드, 텐트 등 내열 소재 및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날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이기 때문에 무역 분쟁 국면에서 오히려 수혜를 볼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지난해 9월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자국산 안티모니와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전체 수입량의 62%를 중국에 의존해온 만큼, 대체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안티모니 생산량은 8만3000t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격막전해기술을 이용한 습식제련 공법으로 정광 없이도 아연과 연 제련공정에서의 부산물로부터 안티모니를 추출한다.
이 기술로 기존 금속 전해법과 달리 순도가 10배 높은 안티모니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3604t에 달했고, 이 중 70%는 국내에, 30%는 유럽과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3800~4000t을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안티모니는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지정학적 자산으로 평가된다"며 "제련·정제 기술을 자체 확보한 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기술 내재화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산업부에 자사 제련 기술 두 건의 국가 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해당 기술은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금속 제조 기술과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로, 이르면 이달 중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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