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폰 위에 걸린 낚싯바늘. 게티이미지뱅크 |
“어머니, 저 김형사입니다.
아드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서요”
수화기 너머 익숙하고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이 전화를 받은 60대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통신사에서 ‘보이스피싱 의심 통화’라며 자동으로 차단 경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KT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보이스피싱 차단 기술이 실제 범죄 피해를 막아낸 사례다.
7일 KT는 지난 두 달간 이 기술을 통해 약 160억 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KT의 기술은 단순한 스팸 필터링이 아니다.
통화 내용, 말투, 계좌 언급 여부, 시간대 등 40여 개의 패턴을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한다.
의심되는 전화는 통화 중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사용자가 ‘이상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KT 관계자는 “AI가 실시간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해 수신자에게 '이 통화 조심하세요'라는 경고를 보낸다”며 “기존 스팸보다 훨씬 정교한 목소리 기반 사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규모와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2023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신고 건수는 연간 30만 건을 넘었고, 피해액도 8000억 원에 육박한다.
특히 AI 음성합성, 사칭 앱, 금융기관 위장 링크 등으로 고도화되며 기존의 필터링이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AI가 ‘가짜 뉴스’나 ‘사기’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이번 사례는 그 반대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AI가 범죄를 막는 ‘디지털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처럼 사회적 피해가 큰 분야에서 AI가 실제 효과를 보인다는 건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