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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와인셀라]美와인 전설의 기원…나파밸리의 아버지

편집자주하늘 아래 같은 와인은 없습니다.
매년 같은 땅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고 숙성하더라도 매번 다른 결과물과 마주하게 됩니다.
와인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우연의 술'입니다.
단 한 번의 강렬한 기억만 남긴 채 말없이 사라지는 와인은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아경와인셀라'는 저마다 다른 사정에 따라 빚어지고 익어가는 와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들려 드립니다.

"투 칼론의 풍부한 토양 냄새를 맡으며 이곳이 매우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


그리스어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투 칼론(To Kalon)' 지역을 걸으며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직감했다.
세계 최고의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캘리포니아 와인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신념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훗날 그는 투 칼론을 처음 마주한 그 날을 '보물을 발견한 날'이라고 기록했다.
미국 대표 와인 생산지 나파의 시작이다.


'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

로버트 몬다비는 오늘날 나파밸리(Napa Valley)가 미국 최고의 와인 산지라는 명성을 얻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나파밸리에 포도나무가 심어지고 와인이 양조되기 시작한 것은 18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곳에서 현대적 의미의 상업 양조가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미국 와인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되는 현대사는 로버트 몬다비가 와이너리를 설립한 1966년이 원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1913년 미네소타주 버지니아의 이탈리아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로버트 몬다비는 10대 시절 가족들과 캘리포니아 로디(Lodi)로 이주하며 처음 포도와 인연을 맺는다.
이곳에서 그의 아버지는 와인 양조용 포도를 기차에 실어 동부의 가정용 와인 양조업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일 포장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금주법(National Prohibition Act)이 가정 내 와인 양조는 허용했던 허점을 노린 이 사업으로 몬다비 가족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36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로버트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며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데, 이게 바로 와인 양조업이었다.
이후 몬다비 가족은 1943년 나파밸리의 찰스 크룩 와이너리를 매입하며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곳에서 로버트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그의 동생인 피터는 와인 양조를 담당했고, 사업은 번창해 로버트 부부는 1963년 성공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자격으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백악관 만찬에도 초대받았다.


하지만 백악관 만찬은 로버트가 가족들과 등을 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로버트는 만찬에 참석할 아내에게 밍크코트를 선물했는데, 이를 두고 동생 피터가 형의 과소비를 문제 삼으며 다툼으로 번졌고, 이후 싸움은 법정까지 이어지며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동생의 편에 서면서 로버트는 와이너리에서 해고됐고, 사실상 쫓겨나게 된다.


투 칼론에서 시작된 나파의 전설

가족과 갈라선 로버트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은 땅이 바로 투 칼론이다.
금주법 시대를 거치며 미국의 많은 포도밭은 황폐해졌는데, 투 칼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새 보금자리를 찾던 로버트에게 투 칼론은 이상적인 토양과 햇빛, 강수량을 가진 보물 같은 땅이었고, 투 칼론 빈야드(To Kalon Vinyard)를 중심으로 로버트는 1966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설립하게 된다.
그는 이 곳에서 다양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진정한 전성기를 맞았고, '나파'라는 전설의 기원이 된다.


투 칼론 빈야드는 나파밸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크빌(Oakville)에서도 서쪽 언덕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투 칼론은 마야카마스 산맥과 계곡 평지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포도밭으로 산에서 내려온 퇴적물과 나파강이 만든 해양퇴적물이 모두 섞인 충적토인데, 이로 인해 배수가 잘되면서도 토양의 두께가 굉장히 두터워 무기질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투 칼론의 포도나무들은 매우 이른 아침에 태양을 머금고 이른 오후에 포도밭 그림자가 지면서 포도 열매가 적절한 속도와 적당한 양의 태양 빛을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산미가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상당수 와이너리들은 늦은 오후의 강렬한 태양열로 인해 포도 껍질이 타거나 과도하게 익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투 칼론은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다.



투 칼론 빈야드의 포도로 만든 대표 제품은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 퓌메 블랑 투 칼론(Robert Mondavi Reserve Fume Blanc To Kalon)'을 꼽을 수 있다.
퓌메 블랑(Fume Blanc)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소비뇽 블랑의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맛과 오크통 숙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드럽고 약간의 훈제된 맛이 특징이다.


퓌메 블랑이란 이름은 로버트 몬다비가 1968년에 처음 만들었는데, 소비뇽 블랑 와인이지만, 훈제된 아로마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명칭이다.
퓌메는 프랑스어로 '연기' 또는 '훈제된'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처음 퓌메 블랑이란 이름은 몬다비의 와인만을 지칭했지만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얻으며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의미가 확장됐다.


투 칼론의 퓌메 블랑은 포도나무 수령 약 60년 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퓌메 블랑 와인의 최고급 버전으로 소비뇽 블랑 94%에 세미용(Semillon) 6%가 블렌딩돼 완성된다.
생기 넘치는 시트러스와 배, 라일락 아로마가 느껴지며,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과즙의 향과 빼어난 산미가 시트러스, 핵과의 과실, 재스민 향과 함께 어우러진다.
과일의 신선한 맛과 오크 숙성에서 오는 복합적인 향을 잘 조화시키며, 미디엄 바디의 질감과 균형 잡힌 산미를 제공한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앙금과 함께 11개월간 숙성해 완성한다.


60년 이어온 밸런스에 대한 집착…나파밸리의 상징으로

로버트 몬다비가 와이너리를 처음 설립한 1966년 이전까지 미국은 저가의 벌크와인 외에 고품질 와인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버트는 다양한 양조 기술 혁신을 통해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매진했고, 미국 와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수많은 공헌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로버트 몬다비는 미국 와인 양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혁신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온 숙성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작은 프랑스 오크통 숙성 등 양조·숙성 기법을 나파 와인 산업에 도입했고, 당시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유기농 농법 등 수많은 혁신을 도입했다.
특히 와인 라벨에 생산 지역과 마을 이름을 담는 유럽 와인과 다르게 포도 품종을 표기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해 신대륙 와인의 기준을 세우며 1960년대 걸음마 수준이던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했다.


1979년에는 프랑스의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와 협업해 '오퍼스 원(Opus One)'을 선보이고, 1995년에는 이탈리아의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와 '루체(Luce)'를 출시하는 등 유럽의 저명한 생산자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와인을 창조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커티스 오가사와라(Kurtis Ogasawara)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총괄 와인메이커(Director of Winemaking)는 60년간 변치 않고 이어진 균형미에 대한 집착이 오늘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오가사와라 총괄은 "몬다비 와이너리만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밸런스로, 와인의 산도, 바디감, 텍스트 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무겁거나 신선하거나 프루티하지 않은 균형 있는 와인이 음식과 함께했을 때도 완벽히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스타일과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양조 기술의 발달과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최적의 품질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나파밸리의 레드와인은 타닌(Tannin·떫은맛과 쓴맛을 주는 페놀 화합물)이 매우 강하고 거칠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오가사와라 총괄을 이를 둥글고 부드럽게 개선했다.
그는 "보통 와인을 오픈했을 때 타닌이 강하면 어린 와인이라고 생각하는데, 로버트 몬다비의 와인은 양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든 몇십년을 숙성한 이후든 언제든 부드러운 타닌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몬다비의 부드러운 타닌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 '로버트 몬다비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Robert Mondavi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이다.
이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가 평생을 바친 와이너리의 시그니처 와인으로 프리미엄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대명사로 꼽힌다.
카베르네 소비뇽 80%, 메를로(Merlot) 11%, 프티 베르도(Petit Verdot) 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 말벡(Malbec) 1%가 블렌딩된다.
와인은 체리, 자두, 샌달우드, 민트, 바닐라빈의 아로마가 느껴지며, 입 안에선 달콤한 검은 과실류와 오크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여러 겹의 풍성함과 복합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풍부한 질감과 빼어난 산미, 섬세한 타닌이 특징이다.


나파밸리 와인 최고의 길잡이

오가사와라 총괄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와인 품질과 관련해선 천연 효모 사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업계에선 보통 상업적으로 만든 규격화된 효모를 사용하지만 몬다비는 투칼론 빈야드에서 추출한 천연 효모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전보다 타닌과 촉감에 있어 훨씬 향상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와이너리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와인 관광을 최초로 도입한 곳으로, 와인 시음은 물론 레스토랑과 전시회, 콘서트 등을 통해 와이너리를 양조 시설을 넘어 와인과 음식,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오가사와라 총괄은 "2년 반의 개보수를 거쳐 내년 초 와이너리를 재개장할 것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파밸리를 방문하는 방문객 마음속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가장 높은 곳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사와라 총괄은 "로버트 몬다비는 미국 나파밸리 와인 그 자체"라며 "나파밸리에도 다양한 와이너리와 와인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나파밸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파밸리 와인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첫 관문은 분명 로버트 몬다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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