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연 매출을 4배 이상 끌어올리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국내 론칭 이후 매장 수를 확대하고 주요 점포의 매출이 모두 오름세를 기록하는 등 외연을 확장한 결과다.
이 같은 경영 성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도 획득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는 햄버거 사업 호조에도 주력인 백화점 부문이 고환율과 내수침체 여파로 주춤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뒷걸음쳤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이자 한국 파이브가이즈 운영 법인인 에프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65억1000만원으로 전년 99억9000만원에서 36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억7000만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13억3000만원에서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2023년 2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해 5개로 늘면서 매출 규모가 커졌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이용객 수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브가이즈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햄버거와 와인, 커피 등을 판매하는 한화갤러리아의 식음료 사업 부문 매출도 지난해 640억원으로 전년(104억원)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의 2023년 매출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해 재상장한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합산으로 두 달 치가 빠져있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매출은 5배가량 신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6월 서울 강남대로에 1호점을 열었고, 그해 10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개장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서울역,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지역별 쇼핑 중심가에 매장을 추가해 오픈런을 이어갔다.
매장 수와 점포별 영업 기간 등을 고려하면 매장당 월 매출은 1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4호점은 개장 이후 매출이 전 세계 1900개에 달하는 파이브가이즈 전체 매장 중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미국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슈퍼두퍼'는 수익성 문제로 지난 2월 말 국내에서 사업을 종료했다.
관련 시장은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쉐이크쉑 한국 법인을 운영하는 빅바이트컴퍼니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당시 쉐이크쉑 26개 매장에서 한 달간 올린 매출은 89억5000만원이다.
이를 매장당 월 매출로 환산하면 4억원 안팎으로 파이브가이즈가 이를 상회한다.
파이브가이즈는 2028년까지 국내 매장 수를 15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출점에도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14일 전 세계 매장 중 최초로 아쿠아리움을 적용한 갤러리아 광교가 6호점으로 문을 연 데 이어, 이달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7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일본 시장에 매장을 론칭할 수 있는 사업권을 따내 해외 진출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2월 에프지코리아 일본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향후 7년간 도쿄를 비롯한 일본 주요 지역에 매장을 20개 이상 열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햄버거 시장규모는 우리나라의 2.5배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6.5%를 기록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를 맛보기 위해 한국 등 인근 국가를 찾는 일본 관광객이 있을 만큼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다"며 "검증된 맛과 품질에 차별화된 운영 전략이 더해지면 일본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이 공을 들이는 식품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화갤러리아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은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백화점 사업 부문 매출은 2023년 4584억원에서 지난해 5160억원으로 12.6% 늘었으나 이 역시 인적분할 이전 매출액이 빠진 점을 고려하면 역신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기간 한화갤러리아의 영업이익은 98억원에서 32억원으로 68%나 빠졌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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