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2021년 LG전자로부터 분리막 사업을 525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증가가 예상만큼 진행되지 않으면서 외형 성장 대비 수익성 회복이 더뎠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 변동성에 따른 마진 압박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LG화학이 선택한 건 중국 분리막 기업과의 합작이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분리막을 포함한 전기차 배터리 구성 요소를 해외우려집단(FEOC)에서 조달할 수 없도록 했는데, 중국이 FEOC로 지정되면서 LG화학과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중국 기업 입장에선 미국 공략을 위해 한국 생산이 필요했고 LG화학은 국내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분리막 시장은 일본 스미토모화학, 도레이 등 기존 강자들이 건재했고 중국 스타트업 및 국영기업들이 설비를 공격적으로 확충하는 상황이었다.
LG화학이 인수한 듀폰의 배터리용 습식 분리막 기술도 차별화를 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으로 바뀌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기차 수요는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LG화학 입장에선 중국과의 합작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올해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하면서 분리막 사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모양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선택과 집중’을 언급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때문에 분리막 사업 철수는 그룹 차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G화학은 분리막 같은 소재 외에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1년 90%를 웃돌던 나프타크래커(NCC) 가동률은 2023년 중반 70%대로 하락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석화산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해 "현재 적자 폭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몸집을 줄일 부분을 찾고 있다.
LG헬로비전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는 렌탈, 교육 등 신규사업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전반적인 유료방송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 체질 개선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자에 빠진 LG디스플레이도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OLED 사업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4590억원을 기록한 LG생활건강도 중국 내수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를 공언한 상태다.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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