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경기도 파주에 추진하려던 분리막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 내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단락을 방지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배터리 소재 현지화 의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전문기업과 국내에 합작법인 형태로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업황 악화로 중단한 것이다.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이후 분리막 사업이 첫 구조조정 사례가 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의 한 분리막 생산기업과 추진하던 합작법인 설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현재 충북 청주에 가동 중인 분리막 생산라인 외에 경기도 파주에 새로운 생산설비를 넣기로 하고 클린룸까지 갖춘 설비를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사업환경이 악화돼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합작파트너도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점도 철회 이유로 꼽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사업 환경 자체가 캐파(생산능력)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며 "추가 투자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앞서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시설투자를 1조원 이상 줄여 타이트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분리막 투자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LG화학은 파주 설비 신설 외에 청주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협 LG화학 분리막사업부장은 지난달 말 청주공장에서 열린 직원 설명회에서 사업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결정된 게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철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청주공장에선 올 상반기 중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은 2021년 LG전자에서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9067억원에서 지난해 5102억원으로 하락했다.
LG화학은 글로벌 분리막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8조원대에 그쳤고 올해도 제한적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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