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내 다수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3일 발표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세계 매출 상위 20개 바이오·합성의약품 중 12개 품목의 미국 내 특허가 2030년 이전 만료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최대 79조 원 규모의 CDMO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매출이 큰 의약품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지난해 기준 295억달러(약 43조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8년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미국 암젠, 스위스 산도스 등 주요 기업들이 이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한경협은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이 정부 지원이나 타 산업의 전략적 투자를 기반으로 CDMO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구글, 엔비디아 등 정보기술 기업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최첨단 바이오경제 사회 실현’을 목표로 CDMO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대만은 미국 바이오 제조사 내셔널 리질리언스와 합작해 정부 지분 57%의 CDMO 전문 공기업 ‘TBMC’를 설립했으며, 반도체 산업의 성공 모델인 TSMC를 바이오 산업에 적용한 사례다.
보고서는 바이오 CDMO 산업이 임상 1상부터 수익 실현까지 평균 5년 이상이 걸리는 구조인 만큼, 인력 확보와 장기적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통합 고용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최소 10년 이상 연장하고, 원료의약품 수입 통관 절차 간소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시설의 제조위탁 허용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바이오의약품 CDMO 산업은 한국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라며 “중국 기업과의 경쟁을 고려해 미국의 생물 보안법 통과 여부 등 국제 규제 변화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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