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항 인근 바다 면과 맞닿은 30만㎡ 부지에는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를 옮기고 보관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울산 시내에서 약 10km 떨어진 이곳에서 다시 내륙 쪽으로 차로 20여분을 달리면, 조금 전 확인한 그 LNG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나타난다.
이 두 시설은 7km 길이의 파이프로 굽이굽이 연결돼있어서 LNG 하역부터 전력 생산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울산 바다와 접하고 있는 첫 번째 시설은 SK가스가 한국석유가스와 합작해 건설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다.
비교적 내륙에 위치한 두 번째 시설은 원전 1기 용량과 맞먹는 1.2GW 규모 LNG·LPG 겸용 '울산 가스 파워 솔루션(울산 GPS)' 발전소다.
SK가스는 1985년부터 40년간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 단일 사업 모델로 성장을 이뤄오다, 친환경 분위기에 발맞춰 지난해 LNG 관련 설비를 속속 준공했고 올해 LNG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25일 방문한 울산 남구에서는 SK가스가 완성한 LNG·LPG 복합 밸류체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코리아에너지터미널 내 LNG 보관용 탱크 3번 건설 현장이었다.
원통형의 LNG 탱크 바닥 면 직경은 90.6m로 서울 중구의 장충체육관(직경 80m)보다도 넓다.
탱크가 다 지어지면 이 넓은 공간이 영하 162도 아래에서만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LNG로 가득 차게 된다.
탱크 1기에 연간 LPG 120만t이 오가는데, 울산시 도시가스 수요 약 50%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SK가스는 '삼각 편대' 구성을 앞세워 도입과 저장, 공급, 발전·판매까지 이어지는 전력 산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1989년 도입돼 LPG 27만t을 저장할 수 있는 'SK가스 울산기지'에 더해 지난해 11월 준공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이 LNG 하역에서 송출을 책임진다.
울산 GPS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두 설비로부터 LPG와 LNG를 수급해 1.2GW 용량을 발전하는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LNG는 LPG와 달리 유해 물질을 적게 발생시켜 친환경 연료로 손꼽힌다.
다만 날씨와 수급 환경 영향을 크게 받아 국제적 이슈가 있을 때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
회사는 전력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가격 변동성에 잘 대응하게 됐다고 평한다.
LNG 비용이 높을 때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LPG 시설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송도 간편하다.
울산 GPS는 SK가스 울산기지로부터 3km 파이프, 코리아에너지터미널까지 7km 파이프로 연결돼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서 LNG를 고객사에 공급할 때는 미온인 바닷물을 활용해 친환경 방식으로 LNG를 기화시킨다.
영하 162보다 차가운 온도에서 액화돼있던 LNG를 가스 형태의 천연가스(NG)로 바꿔줘야 하는데, 이때 열을 추가로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뜻이다.
회사는 오히려 이때 발생하는 '냉열'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기화 공정을 볼 수 있는 창문을 여니 수십m 높이에서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약 180t의 NG를 만들기 위해 바닷물 1만t을 사용한다.
대규모의 해수를 순환시킬수록 바다의 온도 변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바닷물을 대량으로 쓴다.
네모난 판 모양에 구불구불한 길이 난 넓적한 파이프에 LNG가 흐르고, 이 파이프를 따라 바닷물을 흐르게 해 NG로 변환시킨다.
넓적한 파이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열전도가 잘되도록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다.
변환된 NG는 위쪽 배관을 따라 수요처로 향한다.
울산 GPS는 세계 최초의 LPG·LN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로, SK가스 지분율이 99.5%다.
SK가스는 울산 GPS에서 본격적으로 LNG 생산을 확대하는 올해를 LNG 사업 확장의 원년으로 삼았다.
울산 GPS는 울산 산업단지 내부에 위치해 입지 조건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울산 GPS 연소기로는 지멘스의 최신식 410.5㎿ 가스터빈 2기와 406㎿ 증기터빈 1기가 사용된다.
LPG와 LNG를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두 연료를 모두 연소시킬 수 있는 터빈을 지멘스에서 특수 제작했다.

SK가스는 LNG 혼용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수소와 암모니아까지 동시에 공급할 수 있도록 에너지원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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