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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조업 AI, 실리콘밸리에서 K기술이 답을 찾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조업 효율성을 높이는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AI기반 공정진단 솔루션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공급하는 업체 에이아이비즈다.


한경석 에이아이비즈 미국 법인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사무실에 아시아경제와 만나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라며 "기술만 있다면 투자는 넘치게 받을 수 있는 ‘투자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기술을 현지에서 직접 적용하고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다"며 "지역 내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도 매일같이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아이비즈는 현재 K반도체 대기업들의 수율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AI 기반 제조 공정 진단 솔루션 ‘더치보이(DutchBoy)’다.
수년간의 불량률 데이터를 수집해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불량률을 잡아낸다.


반도체 뿐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 대기업들과도 제조 공정 이상 탐지 및 공정 최적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2023년에는 미국 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내에 새너제이 지사를 세웠다.
새너제이는 반도체와 IT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정보와 기술이 빠르게 흐르고 협력사의 기술 수요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최근 AI 붐과 함께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대형 투자 회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대기업들은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느리지만, 스타트업들은 치고 나가는 분위기"라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VC)들도 투자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투자를 받고자 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새너제이로 모여드는 분위기다.


실제 실리콘밸리무역관에는 국내 기업 50여개 사가 입주해 있다.
주력 분야는 반도체, AI, 자율주행 등 다양하며, 이곳에서도 최근 AI 응용 기술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관계자는 "점점 더 AI를 응용한 기술을 접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투자를 받기 용이한 데다 생산품을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AI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조 산업에서의 AI 발전은 여전히 태동기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오히려 그 틈새에서 기회를 포착해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한 법인장은 "산업용 AI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및 저장 문제, 수많은 요인 간 복잡한 상관관계 분석, 불명확한 수요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AI 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AI는 이제 제조업에서도 필수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산업 맞춤형 AI 기술 개발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산업 프로세스의 자동화·지능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한 법인장은 전망했다.
AI 기반 로봇이나 예측 분석 솔루션 등이 보편화돼, 기업의 운영 비용 및 시간 절감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에이아이비즈가 처음부터 현지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코트라 IT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진출 초기에는 문화 장벽과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의 벽에 부딪혀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그는 "비즈니스 미팅이나 네트워킹은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 빠르게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사정에 밝은 제가 법인장으로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스타트업 커뮤니티나 투자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 회사를 알리고, 잠재 파트너와 고객을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영주권 취득이 어렵다는 점도 현지 진출이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도 다양한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하거나 추방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영주권만 취득할 수 있다면 아마 한국에서도 새너제이로 많이 넘어올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에이아이비즈의 새너제이 지사 직원도 최근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다음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 법인장은 미국에서의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 간 문화가, 한국에서의 문화와 사뭇 달랐다고 체감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일하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최소한으로 돈을 지원해주려는 분위기라면,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이 잘 돼야 대기업의 일도 잘된다는 ‘상생’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대신 협력하기 전 거래 기업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과정이 매우 엄격하며, 기술 수준을 인정하고 난 이후에는 협력사를 동등한 자격으로 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내에 지사를 둔 한국 기업들은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온쇼어링(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유도하면서 지리적 이점을 취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는 "지리적 이점을 실제 체감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커질 것"이라며 "과거에는 한국의 대기업들이나 걱정해야 할 문제들이 이제는 중소기업들까지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생산 시설을 세우는 방식의 적극적인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에이아이비즈의 목표는 미국 법인에 영업·마케팅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현지 기업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매출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한 법인장은 "미국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매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국내 상장 시 기업 가치와 투자 매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너제이(미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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