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다음 달 1일부터 철강 수입량을 제한하기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해 시행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쿼터 축소, 미소진 물량에 대한 이월 폐지 등을 골자로 한 EU 세이프가드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내달부터 유럽연합(EU)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한국 철강 물량은 최대 14% 줄어든다.
특히 수출량이 가장 많은 열연 쿼터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4월1일∼6월30일 기준 한국 열연 쿼터는 18만6358t이었으나, 개정 후엔 약 14% 줄어든 16만1144t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EU가 구체적인 쿼터 축소 등을 명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로선 겹악재를 맞게 됐다.
이미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당시 부여된 쿼터가 폐지되며 대미 철강 수출시장에서 사실상 무한 경쟁에 놓인 상황이다.
각국의 무역장벽은 높아지는데 내수 방어는 쉽지 않다.
수입산 저가 철강재가 품목을 가지지 않고 국내 시장에 쏟아져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수출된 철강은 422만2994t(영국 포함)으로 전체 철강 수출(2835만411t)의 14.89%를 차지했다.
개별 국가가 아닌 유럽 경제권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EU는 철강 중량과 수출액 모두 1위 시장이었던 셈이다.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강화되면서 수출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자동차강판 등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달 초 EU집행위원회가 철강 세이프가드 실효성을 검토해 세계무역기구(WTO) 통보한 결과를 분석해 각 회원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철강사들은 열연 등 일부 품목에 쿼터 축소를 인지하고 대응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최근 장인화 회장 직속으로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통상정책팀은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에 대비해 그룹내 통상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자 만든 조직으로 알려졌으나, EU의 세이프가드 강화 조치도 조직을 신설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통상정책팀은 EU 세이프가드 강화 조치 등 글로벌 통상 이슈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EU 세이프가드 강화 조치에 따른 영향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도 제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EU로 갔던 잉여물량을 회수하는 형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침공하면서 국제적 규제를 받은 러시아에 가지 못한 물량이 EU로 향했다"며 "EU 입장에선 수입 물량이 늘어난 셈인데, 이번 조치는 이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제품이 EU로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최근 세이프가드 강화 계획을 설명하면서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