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한국의 조선산업이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를 들라면 바로 기술력의 승리일 것이다. 이른바 K-조선의 승리는 무섭 게 추격하는 중국을 밀어내고 기술 혁신과 투자 확대로 일구어낸 값진 승리의 결과이다.
조선 선두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중국이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서 위협해 왔다. 박리다매와 시장 지배력을 우선으로 하는 중국의 정책적 배경이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의 기술력에 근접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더 낮은 가격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며 기술 혁신을 가속화함으로써 추격자 그룹을 떨쳐내고 있다.
K-조선의 위상을 널라 알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해온 기업 중의 하나가 HD한국조선해양이다.
내실과 조직 안정에 진력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고 조직을 혁신하며
기술 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일외국어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을 졸업한 후 ROTC를 마쳤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2013년 현대중공업 수석 부장, 2014년 상무, 2016년 전무,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하였으며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2022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2024년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 직위에 취임하였다.
사내의 모든 경영직을 두루 거쳤기에 조직을 살피는 눈도 넓고 날카롭다. 그가 취임한 후 사내 조직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HD현대의 조선 사업군은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수립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R&D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기술 중심의 조선해양 전문 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산업의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 단순한 장부상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중장기 발전 방향성과 성장 전략을 제시해 나가려는 것이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다.
그러면서도 정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은 수익성을 맨 앞에 내세우고 있다.
물량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익성이 낮은 계약을 과감하게 포기한 결과 저가 물량이 빠르게 줄면서 실적 개선 속도를 높였다. 과거 저가 수주로 큰 출혈이 있었던 만큼 전략을 바꿔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한 전력이 돋보인다.
이로써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2021년에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3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매출 25조 5386억원에, 영업익 1조 4341억원을 내면서 흑자 전환과 큰 폭의 이익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는 전년대비 408% 이익 성장을 기록한 수치. 증권가에선 올해 2조원대의 영업이익은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LNG운반선이다.
LNG운반선은 조선의 꽃으로 불린다. 조선 기술력이 총집합된 부문이기 때문이다.
LNG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불린다.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중국의 약점은 바로 이 부문이다. 척당 단가는 2억6000만달러(약 380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수주잔량은 100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에도 HD한국조선해양은 유럽 선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12척을 3조7160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수주한 선박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2028년 12월까지 인도한다.
해당 선박은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한 친환경 사양으로, 최근 해운업계 탈탄소 규제가 강화된 만큼 친환경 선박에 대한 발주도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2023년 카타르에너지와 약 5조2511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계약 기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카타르의 석유 및 천연가스의 업스트림과 다운 스트림의 모든 부문은 국영 회사 카타르 에너지(Qatar Energy)에서 관리한다. 카타르의 수주량을 관리하는 셈이라 회사는 카타르에너지와 우호적인 협력 관게를 계속 형성해 나갈 방침이다.
투자에서 집중과 선택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 투자라고 믿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추자가 소형원전모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소형모듈원전(SMR/ 300MW이하 전기 출력을 가진 소형 원자로)을 동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원자력발전의 일종인 SMR로 추진하는 선박에는 엔진의 배기기관, 연료탱크와 같은 기자재 등이 필요 없어 컨테이너를 더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이는 미국선급(ABS)으로부터 1만5000TEU(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에 대해 기본인증(AIP)을 받은 모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스테인리스강, 경수(원자로에서 냉각재 등에 쓰이는 물)를 사용한 이중 탱크 방식의 해양 방사선 차폐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다보스포럼에서 “HD현대는 수십 년 동안 가장 획기적인 기술로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해 왔다”고 자부하면서 “앞으로 AI, 디지털 트윈 등 혁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수준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는 지난 2021년부터 FOS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으며이 프로젝트를 통해 빅데이터, AI 기술, 자동화 설비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현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 업
이밖에도 이 회사가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친환경 부문이다.HD한국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선급협회(DNV)와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이산화탄소(CO2) 포집 기술을 개발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SOFC에 적용해 해양 탈탄소화에 앞서고 있다.
21일 DNV에 따르면 지난 12일 부산에서 HD한국조선해양과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HD하이드로젠과 함께 SOFC 탄소 포집을 위한 압력 순환 흡착(PSA) 기술 개발 및 검증을 위한 산업 공동 프로젝트(JIP)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하이드로젠은 PSA 기반 탄소 포집 기술을 선박 발전용 SOFC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DNV는 해당 기술의 적용 안정성과 국제 규정 준수 여부 등을 검증한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존 선박 추진 및 발전 엔진을 SOFC 시스템으로 대체하여 해상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PSA는 탄소 포집 기술 중 하나로, 흡착제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흡착제에 흐르면 CO2가 흡착되고, 그 후 흡착제로부터 CO2가 떨어져나오게 된다. PAS는 다른 방식에 비해 장치와 운전이 간단하고 에너지효율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용량 모듈화가 가능해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포집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미래 에너지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14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을 설립했고, 핀란드 연료전지 전문기업 '컨비온'(Convion)을 1000억원에 인수, SOFC·SOEC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두산퓨얼셀과는 선박용 SOFC 시스템을 공동개발 중이다.
증권가에선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첨단 기술력에서 앞서가기 때문이라면서 친환경 트렌드가 시장을 리드해 가는 상황인만큼 올 한해 이 회사가 친환경 기술력에서도 세계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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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CES 2024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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