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크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규제 대응을 위해 전문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속속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법조인 없이 사외이사진을 꾸려온 온 카카오와 SK텔레콤은, 올해부터는 각각 헬스케어와 공정거래 분야 전문 법조인을 사외이사진에 포함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달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하는 안건을 올린다.
김 변호사는 의료 전문 법률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료정보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연세대 의료원 자문과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그의 이력은 카카오가 최근 헬스케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 혈당관리 애플리케이션 ‘파스타’를 선보인 뒤 이용자 확보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AIA생명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기술이 발전함에도 개인 의료 데이터 수집 규제와 같은 법적 규제와 건강보험 의료수가 적용 문제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이런 의료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법조인의 조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카오 측은 "김 변호사 영입으로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준법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26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자리에 공정거래 전문가인 김창보 변호사를 선임한다.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거래사건 전담재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SKT가 그를 영입한 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통신사들의 경영 위험요소가 된 환경 탓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지난 12일에도 이동통신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고객에게 지급한 판매장려금이 담합행위라며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했다.
SKT와 KT, LG유플러스는 공정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한동안 법조인 사외이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영입은 주목할 만하다"며 "기존에 기술·경영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됐던 이사회에 법률 전문성을 더함으로써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인 사외이사를 필수적으로 두려는 흐름은 다른 테크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는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LG유플러스는 남형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엔씨소프트는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정교화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