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100년 전 덴마크 스트루에르의 한 농장, 옥탑방 작은 작업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한 두 남성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전자제품을 좋아했던 피터 뱅과 미국으로 유학 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스벤 올룹슨, 두 창업주의 옥탑방 결의로 1925년 ‘뱅앤올룹슨’이 탄생했다.
뱅앤올룹슨은 1925년 배터리 없는 라디오 '일리미네이터'를 발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생산된 라디오는 2~3㎏에 달하는 무거운 배터리인 축전지를 썼다.
설치할 공간이 따로 필요할 정도로 부피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재밌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전지가 방전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두 창업주는 이런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플러그에 바로 꽂아 쓸 수 있는 라디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배터리 없는 라디오 ‘일리미네이터’는 단어 그대로 배터리를 ‘eliminate(제거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가벼우면서도 성능까지 좋은 이 라디오는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도 성공했다.
1930년대 라디오 대중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뱅앤올룹슨도 유명해졌다.

뱅앤올룹슨은 최상의 품질을 갖춘 제품만 고객에게 선보인다는 엄격한 제품 철학을 갖고 있다.
혁신의 방향도 여기에 방점이 찍혔다.
뱅앤올룹슨은 지금까지도 두 창업주가 밝힌 ‘오직 최고만을 고집하는 불굴의 의지,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장인 정신과 첨단 과학을 담은 혁신적 기술력은 뱅앤올룹슨의 근간이다.
100년째 이어온 장인정신은 이른바 ‘고문실(Turture Chamber)’이라고 불리는 실험실에서 수만 번의 실험을 통해 구현된다.
주로 가정용 최고급 오디오 제품을 만드는 방앤올룹슨은 이곳에서 고객의 집 안에 있을 법한 물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예를 들어 리모컨은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이를 고려한 횟수만큼 버튼을 누르는 실험을 한다.
제품의 프린트가 벗겨지진 않는지, 버튼이 지속해서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1~2m 높이에서 제품을 떨어트려 강도를 체크한다.
고문실이라는 명성답게 혹시 모를 한계 상황도 검사한다.
열대지역에 배달되는 TV의 경우 화물칸에서 바로 꺼낼 때를 가정해 영하 25도의 냉동고에서 6시간을 보관하고 다시 꺼내 오븐에 구워보기도 하는 식이다.
기술 혁신력도 추종을 불허한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뱅앤올룹슨의 글로벌 특허(등록)는 641개에 달한다.
제품은 오디오와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이 주력이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2000년대 새로운 스마트 기기가 유행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고민 끝에 뱅앤올룹슨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였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과 장인정신에 기초한 기술력, 혁신적인 디자인은 이동식 스피커와 헤드폰, 이어폰 생산으로 이어졌고 소비자층을 더욱 넓혔다.
‘베오플레이’의 성장에 힘입어 뱅앤올룹슨은 부활에 성공했다.

‘We think differently(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뱅앤올룹슨의 1960년대 브랜드 슬로건은 혁신과 영감의 원천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만이 아닌 혁신적인 디자인까지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뱅앤올룹슨의 생각이다.
뱅앤올룹슨의 목표는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뱅앤올룹슨은 제품 개발을 할 때 디자인을 먼저 완성한 후 음향을 설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시도는 제품을 단순히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실제로 뱅앤올룹슨 제품 11점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구 소장품으로 지정됐다.
전 세계 미술관 및 디자인 박물관에서도 전시 및 수집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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