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기업인 영원무역의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가 상장 이후 최대 배당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영원무역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금 액수를 더 늘린 것이다.
배당 확대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기조에 발을 맞춘 것이다.
다만 승계 재원 마련에 분주한 오너 일가도 곳간을 두둑이 채우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295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342억원으로 시가 배당률은 3.3% 가량이다.
지난해 9월 이뤄진 중간배당(2400원)과 합산하면 지난해 연간 배당은 1주당 53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620억원에 달한다.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금 확대 일등 공신은 영원아웃도어다.
앞서 영원무역홀딩스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50% 내외'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4% 증가한 1242억원에 달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의 배당금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영원아웃도어의 지분 59.3%를 갖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는 2023년 기말배당으로 1주당 12만4666원(배당총액 748억원)을 지급한데 이어 지난해 중간배당을 통해 1주당 15만9500원을 배당했다.
배당 총액은 957억원에 달했다.
노스페이스의 대표 패딩인 '눕시' 열풍이 어어지면서 연매출 1조원을 기록, 배당금을 더 올린 것이다.


다만 연결기준을 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급격한 실적 감소세를 겪었다.
영원무역이 2015년 인수한 스위스 자전거 업체 스캇의 실적 부진으로 발목이 잡힌 탓이다.
스캇은 지난해 글로벌 자전거 시장 수요 감소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50%) 난 3156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의 실적을 반영한 영원무역홀딩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517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가까이 고꾸라졌다.
다만 결산 배당을 통해 1주당 배당금을 100원 인상한 1400원으로 결정했다.
최대주인 영원무역홀딩스(지분율 50.52%)가 받아 간 배당금은 313억원이다.

이같은 배당금 확대는 오너 일가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와이엠에스에이(YMSA, 29.09%)가 최대주주이며,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16.77%)과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0.03%) 등이 주요 주주다.
이번 결산배당으로 포함해 YMSA가 받게될 배당금은 212억원, 성기학 회장은 122억원, 성래은 부회장은 2140만원이다.
YMSA는 성래은 부회장과 성기학 회장이 나란히 지분율 50.01%(5만100주), 49.9%(4만9900주)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섬유제품 소재와 원단 관련 수출입을 맡고있다.
대부분의 매출은 영원무역과 내부 거래로 발생하고 있다.

YMSA는 배당을 통해 곳간을 두둑이 채우고 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3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8333억원에 달한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471억원, 영업적자가 27억을 기록한 중소기업인 반면 보유 현금액은 80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패션 업계에서는 YMSA가 성 회장이 보유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16.77%)을 매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있다.
성 부회장은 2023년 YMSA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후계 구도는 마무리됐지만, 승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선 성 회장의 지분 매입이 필수적이다.
YMSA는 2017년 1주당 8만원을 배당한 후 현재까지 배당하지 않고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액배당'을 의결할 예정이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으로, 향후 배당부터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소득세를 내지 않고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자본준비금(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득이 아닌 것, 주식발행초과금 등)을 감액해 받은 배당은 배당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주들의 세후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명목으로 주주환원 정책으로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과세 효과는 최대 주주를 포함한 대주주 입장에서 극대화된다"며 "높은 상속세로 인해 배당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는 후계자들이 늘면서 감액배당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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