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갤럭시 S26에 자사 AP인 ‘엑시노스 2600’ 탑재를 준비 중이다.
여러번 좌초를 겪었던 만큼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갤럭시 S25의 인기가 치솟으며 역대 국내 최단기간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지만 삼성전자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기기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려 했다가 성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퀄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출시가 예정된 모델에서 AP 자립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의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최신 모바일 기기의 연산과 멀티미디어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린다.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캐시 메모리,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모듈까지 포함한 칩셋으로, 성능과 전력 효율이 제품 경쟁력에 직결된다.

현재 글로벌 AP 시장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P 점유율 1위는 미디어텍(36%)이다.
퀄컴(26%), 애플(18%), UNISOC(11%)이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5%에 그쳤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통해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AP를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설계한 ‘A시리즈’ 칩을 아이폰에 독점 공급했다.
또 미디어텍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과거 갤럭시 S시리즈의 핵심 칩셋을 공급했으나 현재는 퀄컴 의존도가 이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자체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공식 출범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기기에 지역별로 한국, 유럽 등엔 자사 엑시노스를, 미국, 중국 등엔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용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갤럭시 S22 출시 당시 탑재한 ‘엑시노스2200’에서 발열, 전력 효율 저하 등 기능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갤럭시 S시리즈 적용을 2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출시된 갤럭시 S23 시리즈에서는 엑시노스를 배제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 일부 모델(S24·S24+)에 엑시노스2400이 2년 만에 다시 탑재됐으나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5에는 다시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전량 사용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도 엑시노스2500을 일부 탑재할 계획이었으나 성능과 수율 등의 벽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은 ‘엑시노스의 부활’을 선언하며 갤럭시 모델에 자체 AP 탑재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AP 생산 시 부품비용과 로열티로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퀄컴 역시 이 지위를 활용해 해마다 가격을 15~20%가량 인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바일 AP 매입액은 2021년 7조6295억원에서 2022년 11조3790억원, 지난해 11조7320억원으로 상승하고 있다.
앞서 S25에서도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7월 출시 예정인 Z플립7, Z폴드7 시리즈에 엑시노스 사용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성능과 수율 문제에 직면한 만큼 업계에선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Z플립7, Z폴드7에 엑시노스가 탑재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엑시노스 탑재를 위해 최근 공정 개선 등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2500은 올초 수율이 50% 미만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수율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엑시노스2600는 올해 5월경 시제품 양산에 돌입한 후, 올해 말 갤럭시S26 탑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SD) 부문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엑시노스2600 탑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S25 탑재에는 실패했으나 S26 탑재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Z플립7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도전은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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