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 방한에 류진 한경협 회장 "이순 맞은 한일, 수소·AI로 새 역사"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재계는 앞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새로운 60년'으로 만들어 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31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양국 간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이번 회의는 한일 관계 개선 기대 속에서 진행됐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난해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가 복원된 이래 통합 통화, 스와프 체계, 수소 협력 대화 같은 구체적인 성과들이 이어졌다"며 "지난주에는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취임한 지 9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기업 협력도 활발하다"며 "현대차와 도요타가 수소사업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또 올해 3분기까지 일본의 한국 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류 회장은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들"이라며 "협력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류 회장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언급하며 "사람으로 치는 공자의 말대로 이순으로 작은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며 "한일 관계도 나이만큼 성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제 공동 번영의 미래로 달려 나갈 채비를 갖췄다"고 평가하며 저출산, 지방 소멸,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가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류 회장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시프트에서 양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하며 이를 위해 "인재 양성, 기술 개발, 표준 도입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력 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개회사에서 "교착상태였던 한일관계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크게 개선됐다"며 "(오늘 자리는) 양국 교류 협력을 지속해서 하고 관계 개선 성과를 양국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활발하게 논의하는 귀중한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중요물자 공동조달,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한국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TP)에 가입한다면 미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가입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 정부가 경제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업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첫 세션에서는 수소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한 한일 협력을 논의했다.
탄소 저감을 위한 청정에너지 협력 방안이 주요 내용이었다.
양국 수소모빌리티 시장 확대와 글로벌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며 기술 표준 조화와 충전 인프라 확충에 대해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무역투자 협력을 주제로, 한일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3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광물 공동 비축제도 도입으로 공급망 위기에 대비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듯이 한미일 협력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며 "올 6월 발족한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플랫폼으로 3국 경제계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내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3040 세대 간 교류 활성화와 인적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전입국심사제 도입, 방한 일본인 쇼핑 면세 혜택 등도 제안됐다.

한경협과 경단련은 이번 회의를 통해 수소 등 청정에너지 협력, 신산업 국제표준 마련, AI와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 인재 활용 협력 등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