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금융지주사들의 부침이 심한 상반기였다. 그럼에도 양종희 회장이 리드하는 KB금융지주가 발군의 실적으로 금융지주 1위로 재등극했다. KB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7324억원으로, 전년보다 15.6% 늘었으며 은행과 비은행의 고른 성장이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었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업계에서 추진력이 강한 양종희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계열사 안에서는 KB손해보험(대표 구본욱)이 상반기 견조한 실적을 내며 KB금융의 견인차가 됐다. 비금융 부문의 선전이었다. KB증권도 선전했다.

특히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이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약 6600억 원이나 적립하며 대규모 일회성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2분기에 이를 곧바로 만회할 정도로 회복한 데다 놀라운 실적으로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어려움 속에서 장사 참 잘 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약진한 상반기였다.

KB금융의 약진은 보험 계열사인 KB손보의 비약적인 신장과 KB증권 및 KB라이프의 안정적 성장이 결정적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KB금융 두 보험 계열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7743억 원으로 ▲KB증권(3761억 원) ▲KB국민카드(2557억 원)와 함께 비은행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양종희 회장이 부침이 심한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않고 비금융 시장권 육성과 개발에 힘을 기울인 결과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에선 ELS 사태와 상생금융 강화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형편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1분기는 금융권의 악재 투성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며 경영진에게 자율적인 리딩 전략을 구사하도록 배려해 준 전략을 통해 수익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양종희 회장은 회장 취임부터 줄곧 비은행 부문 강화에 집중해 왔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그룹의 이익은 실익과 이미지 이익이 있다. 은행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상당히 높으면 실익은 챙기지만 ‘이자장사’ 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따라온다. 게다가 상생금융을 외치는 정부의 견제도 부담이 된다. 따라서 비은행 부문 강화는 추격하는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력이나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KB금융의 장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전략이 먹혀든 것이 그룹 리딩 전략의 견인차가 된 KB손보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8월 초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5720억원에 이른다. 구 사장의 전략은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보험영업 이익의 집중적인 확대 전략을 펼친 것으로 정리된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 보험영업손익은 6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급증했다.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계약마진(CSM)은 9조85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1%증가했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중 '5.10.10(오텐텐)'과 '3.10.10(삼텐텐)' 등 세분화된 유병자보험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며 고객 유치에 몰입해 왔는데 이 전략이 먹혀들었다.

장기·일반보험 손해율 개선도 도움이 됐다. 지난 2022년 83.1%였던 장기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말 82%, 올 상반기 80%로 내려가며 회계의 건전성도 개선했다.

지주에 높은 기여도를 기록하면서 그룹 비은행계열사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상반기 순이익에서 KB손보 기여도는 20%를 넘어섰다. 분기 기준으로는 KB금융이 2분기에 1조73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중 16.1%가 KB손보에서 나왔다. 지난 2022년 KB손보의 연간순이익이 5577억원을 기록해 그룹 내 순익 비중이 12.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구 사장 취임 후 지주 내 기여도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KB증권의 성장

KB증권(김성현 사장)이 올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김성현 사장은 지난 해 말 6개 사장 교체 돌품 속에서도 신임을 받은 리더이다.

지난 달 말에 KB증권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7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 2496억원보다 50.7% 증가한 수준이라는 내부에서도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930억원으로 8.5% 늘었다.

이는 지난 2017년 현대증권과의 합병법인 출범 이후 역대 최대 반기 실적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80%를 기록했으며 갈수록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2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순이익은 63.7% 성장한 180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세부적으로는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성과가 좋았다. 1붕기에도 KB증권 애플리케이션 점유율이 금융투자 업계 1위를 달성하며 2분기 실적을 견인한 바 있다. 이는 위탁매매를 가리키는 브로커리지 서비스 차별화가 적중한 것. 업계는 개인고객(리테일) 부문의 성장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HD현대마린솔루션 기업공개(IPO) 등 대형 딜을 주관하며 투자은행(IB) 부문도 높은 실적을 견인했다. 상반기를 잘 마쳤다는 자평을 받을 정도이며 지주사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KB라이프의 인정적인 성장

2023년 1월 2일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이 공식 출범했을 때만 해도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무도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게 됐다.

이환주 사장은 2021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에 올라 KB국민카드 비상임이사와 KB증권 기타비상무이사에 등재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KB금융지주 부사장 자리가 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군으로도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총괄 책임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길을 앞서 걸었던 양 회장이 이환주 사장을 눈여겨 본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폭 물갈이를 했던 지난 해 12월 인사에서도 그를 신임했다.

이환주 사장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중시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 결과 상반기를 살펴보면 KB라이프는 '저축성 보험' 영업에 많은 공을 들였고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영업 경쟁을 벌일 때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지양하고 연금보험 비중을 높이며 생명보험 본업에 집중했다.

업의 본질에 충성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KB라이프의 저축성 보험 APE 비중은 82.2%에 달하는 높은 실적을 올리게 됐다. 지난 해 상반기 저축성 보험 비중이 1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이다.

통합 출범 이후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성과 건전성을 꾸준히 높여온 결과였다.

KB라이프생명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지만 보험이익은 15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억원(13.9%) 늘었다. 또 저축성 APE는 481억원에서 2816억원까지 증가했고 연금보험 APE가 258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안정적이라고 전한다. 킥스 비율은 313.5%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2.8% 증가했다.

이 회사는 안정적 순익이 상대적인 강점이지만 앞으로 영업 부문에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위주의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주주환원책, 투자자들 환영

양 회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주주에게 보답할 수 있는 주주환원경영’을 외쳐 왔다. 이에 KB금융은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새 주주환원 정책으로 내놨다. 이런 친 주주환원 정책으로 KB금융의 주가는 1년 만에 80% 가까이 급등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2일 오전 현재 84,300원의 주가에 시총은 34조 16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KB금융이 실적과 자본비율, 주주환원 규모 및 정책 가시성 등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내후년까지는 안정적으로 전개될 확률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사진=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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