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 매출 기준 세계 최상위 10개 제약사 중 5개사(애브비, J&J, BMS, 머크, 화이자) 본사가 미국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가 미국 시장에 왜 진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물론 그만큼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마케팅적으로도 대단히 어렵고 치열한 시장 경쟁을 각오해야 하기에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럼에도 비좁은 국내를 넘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GC녹십자의 미국 시장 진출길이 활짝 열릴 전망이라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알리글로의 초도 물량 선적 완료

GC녹십자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자사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향 초도 물량 선적을 앞서 8일 완료했다. 이번에 출하된 물량은 미국 내 물류창고와 유통업체를 거쳐 전문 약국으로 전달되고, 이달 중순부터 실질적인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알리글로는 미국에 국내 최초로 진출한 혈액제제이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로,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혈청성분(血淸成分) 중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의 총칭이 녕역글로불린이다. 항체 작용이란 항원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기능인데, 이 작용을 하는 것은 대부분 전기영동법[電氣泳動法]으로 나눌 경우 감마 영역에 속하므로 감마글로불린이라고도 한다.

이런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미국에서만 연간 약 16조원(116억 달러)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지난 10년간 연 평균 10.9%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의 제약 바이오 시장이다. 수요도 많고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이 시장에 GC녹십자가 약진한 것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 5000만달러의 매출을 일으킨 후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품목허가 이후 GC녹십자는 미국 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를 중심으로 처방집 등재를 위한 처방급여관리업체(PBM) 계약, 전문약국 확보 등 상업화 준비 활동을 해 왔다.

이미 지난 1일 미국 내 대형 PBM과 알리글로의 처방집 등재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핵심 유통채널로 공략하고 있는 유명 전문약국 및 유통사와의 계약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BM은 미국 시장 공략을 통과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업체다. PBM은 미국 내 공·사보험을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 수준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실제 처방 가능한 약품의 목록인 '처방집'을 관리한다. PBM의 처방집에 약품을 올리지 못하면 미국 내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PBM을 통한 처방집 등재는 미국의 의료보험 급여 체제에 편입됐음을 의미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앞으로 PBM, 전문약국, 유통사 등 수직통합채널의 추가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채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성분명 처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알리글로의 처방집 등재를 위해 PBM과 계약해야 했던 것이다. 회사는 이를 확장해 나가면서 PBM, 전문약국, 유통사 추가 계약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전문약국은 많은 영업인력이 필요 없으면서도 성분명처방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GC녹십자는 고가 특수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 채널을 활용, 시장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녹십자그룹의 미국 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는 현지에서 알리글로 유통과 판매를 담당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알리글로의 매출 목표치로 올해 5000만달러, 2028년 3억달러를 제시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연간 13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수치는 보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생산은 국내 오창읍에 위치한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맡고 있다.

오창공장의 기술적 우수성, 우량 공급원으로 우뚝

한편 오창공장은 7월 론칭 시점에 맞춰 현지 공급 물량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아시아 최대인 연 130만 리터 규모의 혈장 처리 시설을 자랑하는 최신 시설이라 미국 시장 대량 공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창공장은 알리글로를 중심으로 헌터라제·그린진에프 등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생산과 CMO 사업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실적 1조원 규모의 cGMP 공장으로 거듭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GMP는 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 약어로 미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FDA에서 발행한 가장 높은 수준의 GMP를 말한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오창의 알리글로는 혈장 분획→단백질 침전→정제→충전→포장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고 한다. 여기서 분획(fractionation)이란 혼합물로부터 물리화학적 특성이 다른 물질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원료인 혈장은 미국 뉴욕 등에 위치한 혈액원에서 영하 20도의 상태로 수입되는데 공장으로 들어오는 원료 혈장의 양은 연간 120만 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오창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연간 130만 리터의 혈장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오창공장으로 옮겨진 혈장 원료는 분획을 위해 플라즈마 풀링(Plasma polling)이라는 대량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어서 특수 용매를 넣어 단백질을 침전(Fractionation)시킨다. 이렇게 글로불린 단백질이 고체 상태로 분리된다. 위에는 혈장의 주요 성분인 물이, 아래에는 알리글로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이 남는 것이다.

이후 분리된 단백질을 단백질을 정제(Purification)하는데 이때 불순물과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불활화 작업이 진행된다. 오창 공장, GC녹십자의 독자 기술인 '이중 불활화' 기술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에탄올과 계면활성제를 활용한 불활화로 한 번, 양이온 컬럼을 활용한 불활화로 다시 한 번 불순물과 바이러스를 총 2회에 걸쳐 제거하는 작업이 이중 불활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다. GC녹십자 관계자에 따르면 면역글로불린 제제 투여로 인한 혈전색전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체계가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창공장에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GC녹십자는 최근 계약을 체결한 대형 PBM(처방급여관리업체)와 전문약국을 중심으로 공략하게 된다.

한편 GC녹십자의 매출에 대해 증권가에선 알리글로 매출 외에도 △독감백신 판매 수익성 개선과 △수두백신 수출 확대 △6월 1일자 혈액제제 약가 인상 △케미칼 제제 매출 비중 확대 등으로 인해 올 하반기 GC녹십자 영업이익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또 하나의 희소식도 들려온다. GC녹십자와 노벨파마가 공동 개발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MPS IIIA) 'GC1130A'가 국내에서 제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GC녹십자가 신청한 '산필리포 증후군 A형(MPS IIIA) 환자에서 뇌실내접근장치를 통해 재조합 사람 헤파란 N-설파타제(rhHNS, GC1130A) 투여 후 안전성, 내약성, 유효성, 악동학 및 약력학을 평가하는 1상, 공개, 용량 증량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노벨파마는 희귀 질환인 리소좀 축적 질환(LSD) 중에서도 중추신경계(CNS)를 파괴하는 질환을 겨냥한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가에선 GC녹십자의 기술 도약이 계속되고 있어 하반기는 물론 내년도에 강한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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