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상풍력 개발사 코리오제너레이션이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국산 기자재만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빈 등 핵심 부품의 경우 한국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공급받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우진 코리오제너레이션 한국 총괄대표는 지난 17일 부산에서 한국풍력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콘퍼런스·전시회에서 기자와 만나 "코리오는 한국 기업보다 더 한국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리오는 녹색에너지 개발투자 전문기업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이 만든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당시 한국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GIG의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이 매쿼리다.

최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총 3GW(기가와트) 규모의 8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참여 지분을 다 합쳐 1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영국과 함께 코리오가 가장 중점을 두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향후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중국 기자재들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 대표는 무조건 문을 걸어 잠글 게 아니라 한국보다 경쟁력이 있다면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선박, 해상변전소 등은 한국 기업이 톱티어(top tier)"라면서도 "발전기 등 일부 제품은 유럽, 중국이 2~3년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유럽, 중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오는 발전기 등 일부 제품의 경우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과 합작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이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무조건 외산이라고 배척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도태될 것"이라며 "제조 능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과 기술을 제휴한다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오는 한국에서 1GW 규모의 고정식 해상풍력과 2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96㎿ 규모의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이다.
코리오는 SK에코플랜트, 토탈에너지와 함께 울산시에서 60㎞ 떨어진 공유수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1.5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그동안 해외 심해 가스·석유 채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부유체를 설치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리오도 영국, 유럽 등에서 상업용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한 경험이 많다.
그보다는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융 비용 상승이 부유식 해상풍력의 건설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리오는 풍력산업협회 부회장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풍력산업협회는 오는 11월 인천에서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윈드 서밋’을 개최한다.
최 대표는 "국내 해상풍력 기업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풍부하고 해외에서도 많이 만나고 싶어한다"며 "해외 투자자, 바이어를 만나 협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