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1조원 넘게 투자한 고부가 스페셜티 증설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과 중국 내수 회복과 맞물리면서 라텍스 같은 주력 품목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현재 NB라텍스를 시작으로 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EPDM)와 에폭시 수지 등 4개 품목의 설비 증설을 마무리하고 이번 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돌입한다.

NB라텍스는 고무장갑 원료다.
금호석화는 지난달 증설을 끝내면서 생산능력을 기존 71만t에서 100만t으로 키웠다.
이번 증설로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산 재개 시점에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NB라텍스 국제 가격은 작년 t당 700달러선까지 내렸다가 최근 1000달러선을 회복했다.

또 미국이 중국산 고무장갑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금호석화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이 만든 NB-라텍스는 상당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고무장갑 공장으로 수출되는데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의료와 수술용 고무장갑 관세를 기존 7.5%에서 오는 2026년 2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요 합성고무제품인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 생산능력 확대도 수요 증가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12월 S-SBR 6만t 증설을 완료했는데, 중국 내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금호석화의 자회사와 합작사도 연내 증설을 완료할 방침이다.

금호폴리캠은 294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EPDM) 5라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올 4분기 증설이 완료되면 연 생산능력은 기존 24만t에서 31만t으로 늘어난다.
금호폴리켐은 EPDM 부문에서 아시아 1위, 글로벌 3위 사업자다.
EPDM은 강도가 우수한 고기능성 합성고무로, 자동차 범퍼, 세탁기 튜브고무, 선박용 케이블 등에 쓰인다.

일본 미쓰이화학과 합작사인 금호미쓰이화학도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인 MDI 생산설비 증설을 오는 3분기에 마칠 예정이다.
이 회사의 MDI 생산 능력은 현재 42만t에서 62만t으로 늘어나 단일 공장 기준 세계 4위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또 금호피앤비화학도 750억 투자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와 도료 등에 원료로 쓰이는 에폭시수지 6만t 생산설비를 2분기에 완공한다.
피앤비화학은 페놀과 아세톤에서 BPA와 에폭시 레진으로 이어지는 페놀유도체 분야를 수직계열화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성고무(SBR·BR) 턴어라운드는 이미 시작됐으며 견조한 EPDM과 부진했던 NB라텍스 회복 등으로 고무 사업 중심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