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가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실패한 데 대해 FDA의 재정 부족 등 여건 문제가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호 엘레바테라퓨틱스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HLB바이오포럼에서 "생체연구모니터링프로그램(BIMO)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건 FDA가 실사를 할 수 있는 자원이나 경비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BIMO가 이뤄지지 않은 곳을) 추정하고 있지만, 전쟁하는 나라라서 못 가는 것보다 돈이 없어서 못 갔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과 병용약물인 캄렐리주맙의 FDA 허가 작업을 진행해 온 HLB의 미국 자회사다.
이 병용요법은 지난 16일 FDA로부터 간암 치료법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HLB 측은 승인이 아닌 보완요구서한(CRL)을 받게 됐다.
CRL에는 ▲일부 임상기관에 대한 BIMO 실사 미실시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에 있어서 화학·생산·품질관리(CMC)가 문제 사항으로 지적됐다.

다만 HLB와 항서제약 측은 다른 BIMO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단지 일부 임상기관에 대한 실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프랭크 지앙 항서제약 부사장은 "항서제약,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아이큐비아, 최다 환자가 참여한 하얼빈 의대 암병원 모두 '지적사항 없음(NAI)' 등급을 받았다"며 "지금까지의 BIMO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BIMO 문제에 대해 "가상 실사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고, 데이터를 대체하는 식으로 실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의견을 낼 수도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FDA와의 미팅을 통해 자초지종을 듣겠다"고 말했다.

BIMO보다도 본질적으로 꼽히는 문제인 CMC에 대해 HLB 측은 아직 문제가 파악되지 못한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어떤 시설이든 실사 과정에서 코멘트를 받게 된다"며 "항서제약도 마찬가지였고, 어떤 (문제가 되는) 등급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앙 부사장은 이번 사안이 자칫 항서제약의 CMC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만큼 일부 '시설(facility)'로 인한 문제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기도 했다.

HLB 측은 이번 CRL 수령이 약의 효능과 안전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언급했다.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아무런 지적 없이 깨끗하게 끝났다"며 "우리처럼 CMC와 관련해 CRL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허가까지 평균 6.7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만 허가 재신청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대표는 "FDA에 미팅을 요청한 상태"라며 "이를 통해 문제를 확정한 후에 재제출 등 타임라인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양곤 HLB 회장은 이날 오전 포럼 환영사에서 "개회사를 미리 준비했지만 다 아시는 사실로 인해 내용이 많이 변경돼야 했다"며 "항서제약의 경험과 HLB의 열정, 간절함이 함께하는 간암 신약 프로젝트는 약간의 지체는 있었지만 결국 목표에 도달해 역대 최고의 간암 신약의 꿈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