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1조2000억원을 투자받은 것에 이어 SM엔터의 인기 지식재산권(IP)까지 확보하면서 엔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카카오보다 앞서 대형 엔터사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네이버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7일 카카오는 SM엔터의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SM엔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로 114만주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총 2171억원을 투자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 이어 SM엔터의 2대 주주가 된다.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 SM엔터는 3자 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콘텐츠 사업에서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뚜렷하다.
카카오 '플랫폼'과 카카오엔터의 'IP 사업 역량', SM엔터의 'IP'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는 해외 공략에 필요한 강력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엔터는 드라마·영화 제작사, 연예기획사, 음원 제작사, 공연 기획사, 웹툰·웹소설·음원 플랫폼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다.
SM엔터의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펼쳐낼 수 있는 구조다.
다만 K팝 영역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SM엔터와 협업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카카오엔터와 SM엔터는 IP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글로벌 오디션으로 K팝 아티스트를 공동 기획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음반, 음원 제작 및 유통 등 음악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을 진행한다.

카카오와 SM엔터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양사 플랫폼을 연계하고 인공지능(AI),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사업에서 협업이 가능하다.
SM엔터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디어유'를 고도화하거나 카카오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SM엔터 콘텐츠를 활용할 전망이다.
SM엔터는 지난해 스튜디오 '광야'를 설립하고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카오가 설립에 참여한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를 활용한 공연 사업도 같이 추진한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동맹에 맞서는 전선을 구축하게 됐다.
카카오엔터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안테나 등 다수의 엔터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네이버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SM엔터 지분 확보로 에스파, NCT, EXO, 레드벨벳 등 소속 스타들이 가진 IP를 카카오 플랫폼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2021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빅히트)의 자회사인 비엔엑스 지분 49%를 확보했다.
총 411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와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합쳐 글로벌 엔터 시장을 공략하자는 그림이었다.
하이브는 비엔엑스와 YG엔터 음반 유통 자회사인 YG플러스에 700억원을 투자해 연합 전선을 확대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웹툰 시장에서 각각 현지 플랫폼 '왓패드'와 '타파스'를 인수한 것에 이어 글로벌 K팝 시장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카카오엔터가 지난달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실탄도 확보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이번 투자와 협력을 통해 치열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 경쟁에 함께 대응하고 글로벌 주류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