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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관세 쐈다가 국채에 맞았다 …트럼프 '13시간' 천하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아킬레우스에도 약점이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킬레우스는 불사의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신이 만든 방패와 갑옷을 두른 불사신으로 묘사된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발뒤꿈치 힘줄이다.
17세기 말부터 ‘아킬레스건’은 유일한 약점을 뜻하는 용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으르렁’대며 세계를 호령하듯 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돌연 움찔했다.
2025년 4월 3일 ‘상호관세(receiprocal tariff)’를 발표하고, 4월 9일 핵무기급 관세전쟁이 전격 발효되더니, 13시간 만에 돌연 ‘유예’를 결정했다.
트럼프의 약점이 무엇이고, 그 약점을 통해 향후 관세전쟁과 미·중 무역전쟁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유예는 없다”고 장담한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기로 변경했다.
입장을 뒤집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래로 일주일 내내 치솟았다(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적으로는 공포감이 고조될 때 위험회피심리(risk-off)가 강화되면서, 주가는 조정되고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한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을 매도하고, 안전자산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가 하락과 국채 가격 하락(국채금리 상승)이 동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마찬가지, 위험도를 보여주는 VIX지수가 치솟았는데, 달러인덱스는 떨어지는 이상한 금융시장의 모습이 전개되었다.
 
사진FREDFRB
[사진=FRED/FRB]

국채금리 상승이 두려운 이유
트럼프가 국채금리 상승을 신경 쓰는 이유는 ‘빚’ 때문이다.
2024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83조 달러에 달하고, GDP 대비 6.4%에 이른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막대한 재정지출을 단행했고, 2022년 이후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적극 공급해 왔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인구 고령화, 감세정책 등으로 향후 미 재정적자 규모가 10년간 21조 달러(연평균 2.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트럼프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에 두고, 재정지출을 줄일 수가 없는 입장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부채를 늘리기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높은 금리는 중간선거 승리에 지장을 준다.
 
미국 정부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면서, 이자 비용을 부담하기가 버거워졌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재정적자 규모는 2024년 1조8324억 달러에 이르고, 2025년 1조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정부의 순이자 지출이 2024년 8811억 달러에 달하고, 2025년 952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미국 국방비 2024년 8500억 달러, 2025년 8590억 달러보다 많다.
부채를 끌어다 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다 보면,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2025년 약 1.87조 달러, 2028년 약 1.91조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국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미국 재정수치 추이 및 전망 사진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미 의회예산국
미국 재정수지 추이 및 전망 [사진=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미 의회예산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높은 금리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국채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감세정책과 트럼프식 경기부양책을 단행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도 재정적자 비중을 GDP 대비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6.4%에 달하고, 순이자 지출은 3.1%에 달한다.
2025년 GDP 대비 순이자 지출 비중(3.4%)이 기초재정수지 비중(2.8%)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부터 순이자 지출액이 방위비 예산을 넘어서기 시작한 만큼, 부채를 짊어진 정부는 높은 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재정수지 GDP대비 비중 사진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미 의회예산국
미국 재정수지 GDP대비 비중 [사진=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미 의회예산국)]

미중 무역전쟁의 시나리오
트럼프 관세전쟁의 타깃은 중국이다.
몸집이 큰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미국으로서 다른 나라들까지 동시에 싸울 여력은 없다.
중국과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중국의 막강한 대응력을 고려하면, 세계 주요국들과 무역 갈등을 병행할 만한 여력이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의 일방적인 행보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도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중국이 세계 주요국들과 정상회담 및 장관급 미팅을 진행하며 ‘자기편 만들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유지할 수는 없다.
트럼프로서도 생각을 바꿔야만 했을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트럼프식 관세정책에 반발하거나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세계가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GDP의 약 26%를 차지하는 미국으로서 나머지 74%의 국가들이 공동 대응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사항들을 들어주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협상을 취하고, 관세 면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움직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 할 것이다.
 
미국의 강경한 움직임에 중국은 고스란히 맞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높은 관세율로 중국을 공격하려 하고, 중국은 관세 이외의 수단들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보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절대적으로 많으므로, 미국은 관세가 무기로서 충분하지만 중국은 그 이상의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미국이 관세율을 높일 때마다, 중국은 미국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도입할 뿐만 아니라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관세효과(Tariff effect)를 무산시켜 나갈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 기업이나 제품들을 제재하고, 희토류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들도 함께 취해 나갈 것이다.
 
미·중 갈등이 정점에 달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미국 국채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액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국채를 대량 매각할 경우 트럼프의 정치적 목표를 좌절시킬 수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벌이 침을 쏘면 자기 자신도 당할 수 있듯, 국채 매각은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한다 해도 대체 투자처가 부족하고 나머지 갖고 있는 국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주요국 미국 국채 보유액2024년 및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 추이 사진미국 재무부
주요국 미국 국채 보유액(2024년) 및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 추이 [사진=미국 재무부]

미·중 무역전쟁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미국과 중국은 평행선을 달리듯 장기적으로는 패권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듯 정치적 이벤트 등을 앞에 두고 잠시 쉬었다가 가는 일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정치·경제적 유불리를 따져가면서 말이다.
미국도 중국도 무력 충돌 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지만, 그 정도가 격화되었다가 잠시 완화되었다가 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말이다.
서로 화해를 원하지만,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상대가 화해를 요청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변동성 높은 트럼프 발 무역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변동성이 높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응하는 방법은 종착지와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제 오늘 달라지는 트럼프식 관세정책 및 무역정책들에 장단을 맞추어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들이 흔들림 없도록 트럼프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를 안내해야 한다.
오르락내리락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쫓아 행동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준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주체들이 트럼프의 의도와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정부는 모니터링 장치들을 활용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을 감지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으면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어려운 국가들의 경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OECD는 멕시코 경제성장률이 2025년과 2026년 각각 –1.3%, -0.6%로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도 2025년과 2026년 모두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 경제적 충격으로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등, 금융부실이 확산할 수도 있다.
트럼프 발 무역전쟁에 취약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험 요인들을 탐색하고, 그러한 요인이 한국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아주경제=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gsk@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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