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프로그램 해제 등 압박에
“학문적 자유 침해” 공개적 거부
美정부, 보조금 3조원 동결 옥좨
표적된 다른 대학 동참 여부 주목
미국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양성 프로그램을 해제하라는 요구에 대학 운영과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미국 대학의 진보적 색채를 지우는 작업에 착수한 이후 나온 첫 번째 저항이다.
하버드대의 선언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 및 계약금 22억6000만달러(약 3조2225억원)를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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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모교 풋볼팀 우승 행사 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25 대학 풋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오하이오 주립대 ‘벅아이즈’ 미식축구팀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헬멧, 유니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모교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또 가버 총장은 “미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한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관련 활동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규제를 의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당국은 하버드대와 맺은 2억556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계약과 87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 보조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학교 측에 통보한 바 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통보 당시 “하버드대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자 열심히 공부해 입학 허가를 받으려는 전 세계 학생들에게 포부의 정점이 돼 왔다”면서 “반이스라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은 ‘지속적인 재정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9가지 조처 실행’을 하버드대에 요구했고, 여기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금지와 다양성·평등·포용(DEI) 프로그램 폐지 등도 포함됐다고 WSJ가 보도했다.
또 반이스라엘 학생 단체 인가 취소와 2023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발생한 반이스라엘 시위 충돌 관련 학생 퇴학 조치, 국제학생 입학 과정에서 ‘테러 및 반이스라엘주의를 지지하는’ 학생을 걸러내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는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고 중동연구센터의 교수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트럼프 달래기’를 시도했으나 정부가 압박을 강화하자 저항으로 선회했다.
하버드대 변호인들은 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연방 총무청 세 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며 “하버드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도 연방 재정지원 삭감 위협을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간주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제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하버드대 저항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저녁 22억달러(약 3조1300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6000만달러(약 856억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행정부 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는 이날 성명에서 “하버드대의 성명은 우리나라의 최고 명문 대학에 만연한 문제적인 권리 의식, 즉 연방 정부 투자에는 시민권법을 준수할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캠퍼스를 휩쓴 학습 차질,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용납할 수 없다”며 “명문대학들이 납세자의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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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연합뉴스 |
이어 “연방 정부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 간 대결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약 530억달러(약 75조6000억원)의 기금을 보유해(2024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재정이 튼실한 대학으로 꼽힌다.
미 대학가에서는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된 명문들이 하버드대를 따라 트럼프 정부에 잇달아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로부터 연방 보조금 삭감 위협을 받는 학교는 하버드와 컬럼비아대를 포함해 총 7개 학교다.
테드 미첼 미국교육협의회 회장은 “하버드대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대학들이 ‘희망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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