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가량 ‘영조물보험’ 없고 보험 가입 불구 14.4%는 특약 미추가
개인 과실 ‘보상 길’ 있지만 미활용, 보험·특약 있어도 공공기관 무지로 거부 사례도
충남도 감사위원회, 공공체육시설 보험 가입·특약 추가 의무화 등 추진
공공 체육시설에서 운동경기 등을 하다가 개인 또는 개인간 과실로 부상을 입는다면 다친 사람은 공공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답은 공공체육시설 운영관리주체에서 ‘개인 과실 사고 보상 특약’이 포함된 보험을 가입한 경우엔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보상이 쉽지 않다.
충남도감사위원회는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모든 공공체육시설에서 다친 사람이 발생했을 경우, 관리운영기관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15일 밝혔다.
충남도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개인 또는 개인 간 과실로 인한 부상 시 치료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있는데도 도내 공공체육시설 4곳 중 1곳 가량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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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도민고충처리위원회 회의 모습. |
공직기강 확립과 청렴 문화 조성을 위한 합의제행정기구인 도 감사위원회가 ‘감사’ 기능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공공체육시설 운영 개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한 민원에서 시작됐다.
모 지방자치단에가 설치·운영중인 공공체육시설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지난해 12월 A씨가 B씨가 친 공에 다리 부위를 맞았다.
타박상 정도로 여긴 A씨는 인근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치료를 받았으나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A씨는 인근 지역 큰 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끝에 골절 판정을 받았다.
처음 몇일 동안의 통원 치료비와 MRI 비용 등은 B씨에게서 받았으나, 이후 1개월 동안의 치료비는 A씨가 모두 부담해야 했다.
이에 A씨의 딸인 C씨가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운영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1월 20일에는 사고 피해에 대한 책임성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식 민원을 접수했다.
C씨 민원에 대해 해당 지자체는 나흘 뒤인 1월 24일 사고가 발생한 시설은 체육시설법 제26조의 책임배상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며, 사고는 개인 간 과실에 따른 것으로 지자체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불복한 C씨는 “체육시설법에서는 체육시설업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가입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은 없으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배상 책임을 통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라며 민원에 대한 회신을 받자마자 두 번째 민원을 제기했다.
2차 민원에 대해서도 해당 지자체에서 같은 답을 내놓자 C씨는 도 감사위원회가 운영 중인 도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했다.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지난 3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C씨의 민원을 안건으로 올려 심의했다.
이를 통해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체육시설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거나 체육시설을 이용한 교습 행위를 제공하는 것(체육시설법 제2조 2항)이고, 체육시설업자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동법 제26조)고 명시돼 있으나, 공공기관이 설치·운영하는 공공체육시설은 보험 가입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대부분의 지자체는 공공체육시설에 대해 영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이는 시설물 설치·관리 하자로 인해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 경우를 보장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 사례와 같이 시설물 결함이 아닌, 이용자 간 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봤다.
이 같은 점을 감안,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영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구내치료비 특약 포함을 의무화 하도록 15개 시군에 권고하기로 했다.
구내치료비 특약은 A씨와 같이 공공체육시설에서 법률상 책임이 없는 신체 상해가 발생할 경우 치료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호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도민고충처리위원회의 시각이다.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이와 함께 도내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체육시설법 제26조에 공공체육시설 보험 가입 의무화를 포함시켜 줄 것을 도 관련 부서를 통해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도 감사위원회는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안건 상정 준비 과정에서 A씨가 부상을 당한 지자체의 체육시설이 영조물배상책임보험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하고 있는 점을 확인, C씨에게 치료비 보상 청구 방법을 안내했다.
성우제 도 감사위원장은 “공공체육시설은 개인 과실로 다쳤더라도 조건 없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권고는 도민 권익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체육시설법 개정까지 받아들여지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파악 중인 시군 운영 종합운동장, 축구장, 게이트볼장, 간이운동장 등 공공체육시설은 총 2038개에 달한다.
이 중 11.5%인 235개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영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1803개 중 구내치료비 특약 미 가입 공공체육시설은 260개로 나타났다.
공공체육시설 대부분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를 통해 영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4곳 중 1곳은 A씨처럼 부상을 입을 경우 치료비를 보상받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도민고충처리위원회는 도민 입장과 눈높이에서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 처분,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발생한 고충 민원을 공정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조사·처리하기 위해 도 감사위원회가 구성·운영 중이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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