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호남에서 문을 닫는 은행 점포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도 갈수록 악화하면서 누적된 손실에 신탁회사 지역본부마저 철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여 지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전남·전북 지역 은행 점포 수는 409개(광주 155개, 전남·북 254개)로, 2019년 469에 비해 60개(12.7%) 줄었다.
지역에서 주로 폐점한 은행 점포는 대부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은 지난 2019년 141개 점포를 운영했지만, 지난해 말 108개로 줄었다.
호남지역 소재 폐점 점포 대부분이 4대 은행이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의 경우 2곳이 문을 닫았고, 같은 JB금융 계열사인 전북은행은 12곳의 점포가 폐쇄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 이후 지역경제 침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점포별 적자가 크게 늘면서 각 은행이 점포 수 축소를 통한 운영비 감축으로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지역의 경우 인구 분포 대비 은행 점포 수가 부족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5년간 10% 이상 감소하면서 지역민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악화할 우려가 높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현상에 지역 신탁회사도 철수 움직임을 보인다.

광주에 위치한 부동산 신탁회사인 우리자산신탁 호남지역본부는 다음 달 1일부로 대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14개 주요 신탁사들의 합산 순손실은 4,050여억원에 달했다.
신한자산신탁과 무궁화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10개 사의 분기 실적은 적자가 났다.
이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부실이 커진 게 주요 원인이다.
책준형 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일종의 보증을 선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업계에선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시공사가 늘어나면서 그 여파가 신탁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어 신탁업계의 영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금이 필요할 경우 모기업 지원이 없는 곳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남지역 금융기관들이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역민들의 생활 서비스 접근성이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전남대 황재희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인구 감소와 경기침체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가 줄어들면서 남은 주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특히 노년층의 경우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점을 폐쇄한 것으로 봤을 때, 앞으로의 지방소멸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결국 신탁회사도 부동산 등 사업 수익성이 부족해 지역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인데, 지역 건축업계도 위축돼 향후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관계 당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토대로 부동산 침체가 일시적인 게 아닌 지방소멸에 들어섰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