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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상원의장의 다짐은 국제국회의장회의(ISC·Inter-Parliamentary Speaker’s Conference)의 지향점을 압축해 보여준다.
길라니 의장은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ISC 창립총회에서 초대 의장을 맡아 참여국들이 평화와 관용,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줄 것을 독려했다.
이날 36개국 국회의장단 39명과 주한 외교사절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한 ISC는 세계 각국 입법부 지도자들이 협력해 최고 수준의 의회 외교 플랫폼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다자주의 정신에 입각해 ‘평화와 관용의 증진’, ‘기후 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 등 의회 외교를 통해 국가 간 이해, 협력과 평화를 증진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국가 차원 넘은 문제 직면…“협력, 연대해야”
참석자들은 인류가 단일 국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협력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환영사에서 “시급한 과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기후위기는) 한 국가 차원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깨달은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전 세계가 분쟁과 난민, 학살 등 인도적 재난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한국에서 ISC가 개최된 것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회의를 통해 실천적인 국제협력 방안과 희망의 비전이 공유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역사적으로 어려운 이 시점에 출범한 ISC가 국제 연대, 협력을 증진해서 국제 종교 인종 간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밝은 미래가 열렸던 인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은 “기아, 질병, 폭력이 인류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인류의 존엄성이 모든 사람을 위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루이스 레돈도 중미·멕시코·카리브 국회의장포럼(포프렐·FOPREL) 의장은 “(포프렐에선) 각국 의회가 외교 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
ISC 창립총회에 참석한 각국 의회 지도자들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도 큰 관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영구적 평화를 기원했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의 안보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핵무기 개발 등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남북한이 영구적으로 분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전쟁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을 지향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유엔총회 의장도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 평화로 이어진다”고 규정했다.
마틴 춘공 국제의회연맹(IPU) 사무총장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며 “지역 평화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는 길은 포용적 대화에 기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SC가 이날 채택한 ‘2025 서울선언문’에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 주요한 과제로 담겼다.
강구열·박진영·이예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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