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공장서 변압기 年 최대 360대 제작
사우디·英·캐나다 등 세계 곳곳 수출
세계 최초 제조 공정 일부 자동화 성공
핵심 부품 ‘철심’ 적층, 로봇이 척척 해내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관련 시장 급증
2024년 영업익 6690억… 전년比 2배 늘어
![]() |
단지는 500㎸ 스마트 공장, 800㎸ 공장, 400㎸ 공장, 300㎸ 공장과 철심 공장까지 총 5개의 공장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될 변압기가 연간 최대 360대씩 생산된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의 전기를 조절해 최종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전압으로 변환해 주는 장치다.
초고압 변압기 제조 공정은 크게 △권선(전류가 흐르도록 동각선을 감는 것) △철심 적층(규소 강판을 치수대로 절단하고 쌓는 것) △본체 조립(적층된 철심에 권선을 삽입하고 전기적 회로 구성), 진공건조(본체의 수분 제거) △탱크 삽입(건조된 본체를 탱크 안에 넣고 용접) △총조립(절연유 주입과 탱크 외부 각종 기기 설치) △최종시험 단계로 이뤄진다.
또한 변압기는 주문자가 원하는 전압, 전달 거리 등에 따라 크기 및 제원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자동화가 어려워 대부분의 제조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지만 HD현대일렉트릭은 세계 최초로 일부 공정 자동화에 성공했다.
스마트공장에서다.
![]() |
스마트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 모습 |
거대한 이중 도어와 에어살균 공간을 지나 들어선 스마트공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인형뽑기 기계를 닮은 파란색 철제 프레임이었다.
변압기의 핵심 부품 ‘코어’를 만드는 ‘철심자동적층설비’였다.
20m는 돼 보이는 거대한 프레임 상단 밑면에 붙어 있는 노란색 핸들러는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좌우로 움직이며 0.23∼0.3㎜ 두께의 얇은 규소 강판을 마름모꼴로 절단하고는 도면에 맞춰 차곡차곡 원통 형태로 쌓아 올렸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일을 로봇으로 자동화한 것이다.
적층이 완료된 철심 구조물은 바인딩된 뒤 수직으로 세워져 다음 공정으로 옮겨졌다.
![]() |
수백t에 육박하는 변압기를 옮기기 위한 ‘에어쿠션’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공기부양 기술을 활용한 설비로 바퀴 없이 공기압으로 움직여 360도 방향 전환이 매끄럽고 최대 400t(병렬 운전 시 800t)까지 운반할 수 있다.
아울러 에어쿠션 시스템의 도입으로 물류 이동의 안정성이 개선되었으며, 기존에 제품 운반에 사용되던 크레인을 변압기 조립 공정에만 집중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공정 능률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형 피뢰침을 연상시키는 인공 낙뢰기가 설치된 시험실에서는 수출을 앞둔 변압기의 성능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시험실은 외부 간섭 차단을 위해 전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알루미늄 소재 마감재 탓에 이색적인 느낌을 줬다.
시험 과정에서 고압의 인공 낙뢰로 발생한 굉음은 벽 너머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웅장했다.
공장 5층으로 올라가자 전면이 10여개의 스크린으로 이뤄진 통합관제센터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습도, 온도, 미세먼지 등 작업 환경과 설비와 공정 관리, 생산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이 같은 시스템은 현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태블릿PC 등으로도 이용 가능해 이전과 비교해 생산 능률이 높아졌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 |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공장 ‘철심자동적층설비’ 모습 |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세는 업계 관심거리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은 3조3223억원으로 전년(2조7028억원)보다 20%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6690억원으로 전년(3152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4년 전인 2020년만 하더라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113억원, 727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가파른 성장세다.
HD현대일렉트릭의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기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이 자리한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 에너지의 비율을 늘릴 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따른 새로운 전력망이 구축돼야 하는데 도심 바깥에 존재하는 친환경 발전시설에서 소비자까지 전력을 끌어오는 데 변압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 미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더불어 노후한 전력망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 지역 역시 사우디 네옴시티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변전소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기미를 보이며 재건에 따른 수요까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 |
여기에 안정적인 전력망에 핵심적인 변압기 시장의 특성상 후발주자가 쉽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도 있다.
당분간 HD현대일렉트릭의 초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증가하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까지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 제2공장 증설에 396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투자 효과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는 최대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