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전라남도 영암군 대불 국가산단의 통합관제센터. 직원 십수 명이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대시보드에선 '실시간 사고 현황'과 '교통상황' 등을 나타낸 그래픽이 바쁘게 움직였다.
통합관제센터 구축을 담당한 김주완 KT 부장은 "산업단지 내 작업장 안전 현황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스마트 그린산단 사업의 일환으로 신규 조성된 '대불 스마트 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다.
통합관제센터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시뮬레이션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운영하는 스마트 산단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전남 서부권 최대 산단인 대불 국가산단을 미래형 산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약 130억원이 투입된 해당 관제센터는 오는 5월 정식 개소를 앞두고 있다.

대불 통합관제센터의 핵심 기능은 산단 내 수많은 작업 현장의 안전 관리를 시스템화한 '중대 재해 플랫폼'이다.
조선업 비중이 높은 대불 산단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근로자 안전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도입됐다.
중대 재해 플랫폼은 크게 '기업 담당자 및 안전 관리자'와 '영암군 관리자' 모드로 나뉘어 운영된다.
먼저 기업 담당자가 당일 예정된 작업 건수와 내용, 위험 안전성 평가 등을 작성해 시스템에 올리면 영암군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대시보드에 표출되는 예정 작업 일정과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의 안전성을 판단해 '위험 작업'으로 분류될 경우 군에서 작업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만일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엔 경찰과 소방서 등으로 자동으로 연결돼 1~2분 내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도록 설계됐다.
대불 통합관제센터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안전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시스템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안전 관리가 이뤄지는 곳이 많은데, 이걸 사업비로 구축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재 30개 수요기업이 가입해 지난주부터 데이터를 하나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포터(TP)의 교통 흐름을 통제해 안전 관리를 강화한 점도 대불 통합관제센터만의 특징이다.
트랜스포터란 선박 블록 등 대형 증량물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수송 장치를 말한다.
부피가 크고 인근 차량과 보행자에 대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안전사고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대불 통합관제센터는 트랜스포터 운행 시 인근에서 트랜스포터의 운행을 돕는 콘보이 차량(Convoy)에 실시간 주변 CCTV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트랜스포터의 교통을 통제하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콘보이 차량이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트랜스포터 운행을 도와 사고 대처율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막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대불 통합관제센터는 전국 최초로 산단 물류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물류 거점에 서비스 수준을 일컫는 LOS(Level of Service)를 도입해 교통 흐름, 사건 사고 여부, 당일 이동량 등을 종합해 교통 수준을 등급별로 관리한다.
LOS란 차량 속도, 밀도, 혼잡 등과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와 교차로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전남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대불산단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및 운영사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불 통합관제센터 관계자는 "중소 조선업이 몰려있는 대불 산단에 가장 필요한 작업자 안전 관리와 물류 흐름을 위한 교통 통제 시스템을 구현한 점이 대불 통합관제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과"라며 "스마트 관제센터 사업을 계기로 인력 관리 효율화, 예산 절감 등의 효과를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암 =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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