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김영록 전남지사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는 정치 복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재가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 시장에게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과 내란 동조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조차 지려 하지 않는 모습은 윤석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홍 시장의 글 중 “탄핵 사건은 과거가 됐다”, “치유의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는 대목을 거론하며 “마치 탄핵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 야심을 드러냈지만, 내용은 소리만 요란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의 대선배라는 인사가 정작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탄 낸 비상계엄 쿠데타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보여주지 않는 것은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특히 김 지사는 탄핵 사태 이후 경제의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백 개의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수십 개 기업이 부도난 현실 앞에서 ‘치유는 하루면 족하다’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며 “경제 위기, 통상 외교의 붕괴, 국가 신뢰 추락까지. 이 모든 책임에 대한 반성이 빠진 ‘보수의 열정’은 진정성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 수백조 원이 공중분해 됐다”며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정치인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하며,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역사적 의미조차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지사는 “보수라면, 정말로 국민의 살림을 걱정해야 한다.
민생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뒤 그에 대한 책임 없이 권력욕만 앞세우는 모습은 또 하나의 정치적 폭력”이라며 “정말로 대선을 준비하고 싶다면, 먼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보수의 자세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논란에 휩쓸릴 시간이 없다”며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치유의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며 “정권 연장의 진영 논리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30여년 정치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준비해 왔으며, 조만간 절차를 밟아 국민 앞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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