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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종점

김다연

1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누군가와 밥을 먹고 누군가와 비를 맞다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잠들고 버스에서 일어나 창문에서 덜컹거리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이드 미러 속으로 사라지는 간판들과 사라져 가면서

더 이상 손을 흔들지 않게 되었지 멀어져 가는 것들에 대해

2
버스에서 기차로 배로 비행기로 갈아타고 아직 도착해 보지 못한 곳으로 가고 싶었지

환승하려 했는데 내릴 곳을 모두 놓치고
나는 종점에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것으로 삶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이 시를 읽다 보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든다.
오르고 내리고, 때로 머물면서 세월을 지나왔구나.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바깥을 관망한 줄 알았는데, 실은 내 몫의 바퀴를 끌고 무수한 길을 내달려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손을 흔들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던 일. 언제나처럼 버스가 내 앞에 와 섰던 일. 왠지 모를 안도감으로, 익숙한 버스를 타고 익숙한 집으로 돌아왔던 일. 크고 작은 후회를 켜켜이 쌓아둔 나의 집으로.

그러다 언젠가 종점에 이를 것이다.
내릴 곳을 놓치고 원치 않은 곳에 덩그러니 남아 사방을 두리번거릴 것이다.
하지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멈췄던 버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곧 다시 출발할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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