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이재민 달래줄 지원 절실
여야 ‘재난 예산’ 다툼 볼썽사나워
경북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이 6일 만에 꺼졌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28일 오후 5시 기준 의성·안동·청송 등 경북 5개 시·군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의성군에서 처음 산불이 발생한 지 149시간여만이다.
소량이지만 곳곳에 단비가 내린 덕택이다.
공기 중 습도가 올라가고 연무도 사라져 진화작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임 청장은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1915m)으로 향하던 불길도 북풍의 영향으로 정상으로 뻗질 않았다.
이제라도 무섭게 번지던 불길이 잡혔다니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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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산불에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빛내림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일주일간 이어진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
산림 당국은 잔불 진화 체계로 전환했는데 잔불이 완전히 꺼지려면 5∼6일이 걸린다고 한다.
내달 초까지 기상여건이 나빠 강풍에 불씨가 언제, 어디로 다시 번질지 장담할 수 없다.
끝까지 재발화하지 않도록 잔불 정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화마가 남긴 상처는 크고 깊다.
경북지역 5개 시·군의 경우 이번 불로 4만5000여㏊ 면적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2만3794ha)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경남 산청·하동의 산불 영향구역은 1785ha로 추정됐다.
인명 피해는 사망자 28명, 부상자 37명이다.
이번 산불로 주택,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3481곳이 피해를 봤다.
주민 3만3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8000여 명은 아직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진화가 완료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나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희생당한 피해자 가족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보듬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산불은 우리의 취약한 방재 능력과 부실한 재난 대응체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장비와 인력 모두 부족했고, 진화·통제매뉴얼도 엉성했다.
담수량 부족과 노후화에 시달리는 산림청 헬기 문제에다, 산불 진화 인력을 노인 일자리처럼 운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산불 발생 지역 주민들에게 수십 건씩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고령층 상당수는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아예 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청송군은 앞서 25일 산불 대피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대피 장소를 3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당장 산불에 대비한 사전 교육과, 권고가 아닌 강제 대피 명령 매뉴얼 등을 담아 재난 대응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산불이 연중 상시화·대형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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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북 영양군 이재민 대피소인 영양군민회관에서 한 어르신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 폭거가 산불 대응에 발목을 잡았다”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마치 예산이 없어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재난 예비비 복원’을 두고 이렇듯 다툼을 벌여서야 하겠는가. 산불 진화에 사투를 벌인 소방대원들의 노고를 헛되이 하는 일이다.
국난과 다름없는 재난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민·관·정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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