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 확산으로 전통적인 동네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부동산 거래 침체와 주거 형태의 다양화에 ‘당근부동산’ 같은 플랫폼 기반의 직거래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전통 중개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당근에 따르면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인 '당근부동산'은 2021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고도화 작업을 거쳐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당근 서비스 초기, 중고거래 게시판에 주거 매물이 자주 올라오면서 2015년 11월 별도의 카테고리가 신설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매물 검색, 중개사 연결, 전입신고 가이드 등 기능을 추가하며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사용자 접점을 넓히는 등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근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근 애플리케이션(앱) 내 부동산 매물 건수는 ▲2021년 5243건 ▲2022년 14만719건 ▲2023년 34만1172건에서 지난해에는 65만3588건으로 증가했다.
3년 새 124배가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실거래 건수는 220배 넘게 뛰었다.
▲2021년 268건 ▲2022년 7094건 ▲2023년 2만3178건에 이어 지난해 5만9451건으로 치솟았다.

직거래 확산 배경에는 중개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있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율은 주택 매매 기준 ▲2억~9억원 미만 0.4% ▲9억~12억원 0.5% ▲12억~15억원 미만 0.6% ▲15억원 이상 0.7%다.
만약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한다면, 중개수수료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500만원에 달한다.
공인중개사는 매도·매수인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가 플랫폼 기반 직거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불황, 부동산 침체 등으로 중개업계는 침체 일로인 상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중개업소 폐·휴업(2948건)이 개업(2437건)을 앞질렀다.
전국적으로도 2022년 8월 이후 폐업이 개업을 앞지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전국 폐업은 1만3819건, 개업은 1만1902건이었고, 지난해에는 각각 1만2054건, 9957건으로 2년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또 지난해 10월 시행된 제3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는 15만4699명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업계의 위기가 플랫폼이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당근부동산이 중개업소 폐업의 ‘주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자 거래 방식 변화,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 등과 맞물려 기존 중개업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직거래 선호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원룸·월세 시장에서 중개업소의 역할이 점점 축소될 가능성이 크며, 중개업소들은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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